[사설] 외환위기 이래 최고 물가, 비상하고 정교한 대책 필요하다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 상승했다고 5일 밝혔다. 6%대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7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달 5.4% 급등한 뒤에도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도시가스 요금이 이달부터 인상되고, 국제 에너지·원자재값 고공행진도 멈추지 않아 고물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가 7.4% 올라 서민 가계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고물가에서 취약계층을 보호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이 예상되고 있다. 금리마저 오르면 취약계층은 더 어려운 지경에 내몰리게 된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쳐 실질소득이 줄고 일자리를 잃을 위험성마저 커진다. 대출금리까지 상승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을 이기지 못해 길거리에 나앉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소득과 신용등급이 낮은 다중 채무자에 대한 선제적 대책이 시급하다.
고물가는 글로벌 경제가 처한 공통적인 상황이다. 각국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4일(현지시간) 고물가에서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예산으로 약 6조9000억원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절반은 취약계층에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이들을 위한 필수품 재고를 확보하는 데 쓰인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도 물가 급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경제적 약자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책을 내놨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말레이시아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보다 낮은 2%대였고, 싱가포르는 한국과 비슷한 5.6%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불요불급한 자산을 매각하고 지출 구조조정과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마련된 재원을 더 어렵고 더 힘든 분들에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시적이긴 해도 재원 확보 의지를 강조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정부가 앞서 예고한 감세 정책은 경기침체와 고물가, 고금리 등 복합위기 상황과 맞지 않는다. 정부 정책대로 법인세와 종합부동세 부담을 낮추면 한 해 세수가 5조원가량 감소해 비상시 쓸 재원이 부족해진다. 근본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위기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취약계층을 구제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비상하고 정교한 맞춤형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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