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 비판에 "전 정권서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냐"는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5일 ‘부실 인사’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반문했다. 전날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고, 사법연수원 동기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지명한 것 등에 대한 비판 여론에 이렇게 반박한 것이다. 검사 출신들을 분야를 가리지 않고 요직에 임명하고, 장관 후보자 3명이 낙마하는 인사 난맥상이 빚어지는데도 잘된 인사라니 그 인식이 놀랍다. 객관적 사실을 부인하고 비판 여론을 불용하는 태도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인사 비판에 대한 태도는 점입가경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인사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자들에게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부실 인사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손가락을 흔들기도 했다.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주면서는 “언론의, 또 야당의 공격을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했다. 정당한 검증과 문제 제기를 정치적 의도를 담은 ‘공격’으로 인식하다니 어이가 없다. 임명이 늦어진 것을 위로하는 뜻으로 한 말이라지만 박 부총리에 대해 여당 내부와 보수언론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한다”는 전날 발언도 문제가 있다. 인사에 대한 비판은 물론 토론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취임 두 달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초대 내각도 완성하지 못하면서 이런 견해를 보이다니 얼마나 더 ‘인사 독주’를 하려는지 걱정스럽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망친 국정과 인사를 바로잡겠다며 대통령에 출마했다. 그래서 당선됐다면 누가 봐도 국정 능력이 출중하고, 도덕성도 높은 인물을 기용해야 마땅하다. 그런 인물들을 기용한다면 시민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고, 그 첫번째 사유가 인사 실패라고 시민들이 지적했다. 상황이 이럴진대, 윤 대통령이 자신의 인사를 잘했다며 ‘전 정권과 비교해보라’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작금의 경제위기도 전 정부의 ‘반시장 정책’의 후유증 탓으로 돌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으로부터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끝난다(The buck stops here)”는 해리 트루먼 전 미 대통령의 명언이 새겨진 패를 선물받았다. 국정책임자의 남 탓은 자신의 무능을 자인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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