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억류 美농구스타, 바이든에 "집에 가고싶어요" 편지

장민석 기자 2022. 7. 5.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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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NBA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 러 입국하다 마약밀수 혐의로 구금
"감옥에 평생 갇힐까 두려워.. 억류된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WNBA 스타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브리트니 그라이너(오른쪽)가 지난 1일 러시아 모스크바 법정으로 호송되는 모습. 지난 2월 모스크바 공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된 그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구조를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AP연합뉴스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4일 오전(현지 시각), 백악관에 손편지 하나가 도착했다. 수신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었다.

“7월 4일이 되면 우리 가족은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아버지를 포함해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을 기려 왔습니다. 하지만 올해 저에게는 자유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저와, 억류된 다른 미국인들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십시오.”

편지를 보낸 이는 미국 여자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32). 8차례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WNBA(미국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센터로 꼽히는 그라이너는 성조기를 가슴에 달고 2016 리우, 2020 도쿄올림픽에 나서 조국에 두 개의 금메달을 안겼다.

203㎝의 큰 키로 호쾌한 덩크슛을 내리꽂으며 미국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는 현재 러시아 교도소에 구금되어 있다. 그라이너는 직접 쓴 편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구조를 호소하며 “러시아 감옥에 혼자 있으면서 평생 여기에 있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였다”며 “가족과 팀 동료들이 정말 그립다. 저로 인해 그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다”고 적었다.

WNBA 피닉스 머큐리 소속으로 비시즌엔 러시아 리그에서도 뛰었던 그라이너는 지난 2월 미국에서 2주간 휴가를 보내고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됐다. 러시아 당국은 그의 가방에서 대마초 추출 오일이 담긴 액상 카트리지가 나왔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 마약 밀수를 하다가 적발되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정치적 대립이 극에 달해 있던 시기라 그라이너의 거취는 곧 외교 문제로 비화됐다. 러시아 법원이 그라이너의 구금 기간을 거듭 연장하며 구속 기간이 4개월을 넘기자 미 국무부는 지난달 초 이 사건을 ‘부당한 억류’로 결론 내리고 해외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와 함께 그라이너의 석방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크렘린궁 측은 “그라이너는 인질이 아니라 러시아 법을 어긴 범법자”라고 반박하고 있다.

러시아 법원은 지난 1일부터 그라이너에 대한 재판을 시작했다. AP는 “러시아 형사사건의 경우 무죄 선고율이 1%도 안 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25년형을 받고 미국 감옥에 있는 악명 높은 자국의 무기 거래상 빅토르 보우트와 그라이너의 수감자 교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그라이너 없이 지난 5월 새 시즌을 시작한 WNBA는 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12팀 홈구장 코트 위에 그라이너의 이름 이니셜인 ‘BG’와 등번호 42를 새겨넣었다. 그라이너는 지난달 WNBA 올스타전에서도 명예 올스타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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