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의 명분 없는 '수수료 26%'

권택경 2022. 7. 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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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권택경 기자] 애플이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앱 내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결제 금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떼는 애플 자체 결제 시스템 대신 개발자가 다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애플이 이처럼 제3자 결제를 허용한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애플, 구글과 같은 앱 마켓 사업자들이 특정 결제 시스템 사용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따른 겁니다. ‘구글 갑질 방지법’,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라고도 불리는 바로 그 법안입니다.

출처=셔터스톡

애플은 지난해 ‘인앱금지 강제 금지법’ 시행 후 이행계획을 제출하라는 방통위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틴 바 있습니다. 올해 1월이 되어서야 뒤늦게 이행안을 제출했죠. 제3자 결제 허용 방침을 처음 밝힌 것도 이때입니다. 국내에만 예외를 뒀다는 점에서 애플이 고심 끝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는 긍정적 평가를 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법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문제는 수수료율입니다. 애플은 제3자 결제에 26%의 수수료를 떼겠다고 밝혔습니다. 30%보다 고작 4%가 낮습니다. 애플에 앞서 제3자 결제를 허용하면서도 ‘꼼수’라고 비판받았던 구글과 같은 수수료율입니다. 두 곳 모두 수수료로부터 자유로운 외부 결제 수단을 안내하는 ‘아웃링크’ 방식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애플은 리더 앱에 한해서만 아웃링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리더 앱은 디지털 잡지, 신문, 책, 오디오, 음악 및 비디오 등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을 말합니다. 애플의 불공정 행위를 조사하던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와의 합의로 인해 생긴 변화였죠.

우리 국회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까지 만들면서 특정 결제 방법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결국 인앱결제를 통해 과도한 수수료를 통행세처럼 거둬 들이는 걸 막기 위함입니다. 수수료를 내리라고는 할 수 없으니, 적어도 앱 사업자가 다른 결제 수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란 겁니다. 여기서 방점은 ‘인앱결제’가 아니라 ‘과도한 수수료’에 찍혀 있습니다. 그런데 두 업체의 태도는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시스템 사용을 허용했으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입니다.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법 해석입니다.

수수료의 명분

물론 애플과 구글도 높은 수수료를 받는 명분은 있습니다. 먼저 지금의 앱 생태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기여한 노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 자체 결제 시스템을 비롯한 앱 마켓의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대가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30%라는 숫자는 과도하다는 불만이 앱 개발자 및 사업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제기됐습니다.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이들도 하나둘 등장했죠.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대표적입니다.

출처=셔터스톡

이렇게 인앱결제의 높은 수수료는 여전히 과도하기는 하나 그래도 어떻게든 명분을 댈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제3자 결제에도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매기는 명분은 뭘까요? 애플은 제3자 결제를 이용할 경우 구입 요청, 가족 공유와 같은 일부 앱스토어 기능을 제공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3자 결제 건에 대해서는 애플이 결제와 관련한 고객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며, 해당 책임은 개발자가 지게 된다고도 설명합니다. 애플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이상, 이와 연결된 부가 기능이나 고객 지원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일견 상식적인 내용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고려하면 4%에 불과한 수수료 차이는 너무나도 작아 보입니다.

구글과 애플은 앱 생태계 유지, 보안, 안전한 결제 등의 명분으로 높은 수수료를 정당화해왔는데, 제3자 결제에도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매긴다는 점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구글, 애플 두 빅테크 기업의 수수료 정책에 꾸준히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은 “구글과 애플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제3자 결제에까지 26%의 수수료를 매긴다는 건 결국 이들이 인앱결제로 거둬왔던 30%라는 수수료 중 26%에는 아무런 명분도 없었다는 걸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점점 커지는 방통위 책임론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은 지난해 국회 통과 당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세계 최초로 앱 마켓 사업자를 겨냥한 입법 규제라는 면에서 비슷한 법안을 검토하고 있던 미국이나 유럽에도 큰 자극을 줬죠. 하지만 지금은 두 빅테크 기업의 ‘꼼수’에 보란 듯이 무력화되며 실효성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습니다. 급기야 구글이 아웃링크 결제를 유지한 대한민국 국민 앱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를 정책 위반을 이유로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치달은 데는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구글이 이미 지난 4월 이미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 취지에 반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를 겨냥한 시행령 개정이나 유권 해석, 실태점검 등의 대응은 한 발씩 늦다는 겁니다.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5일 성명문을 내고 방통위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조 의원은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방통위는 보이질 않는다.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으로 인해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쌓이고 있지만,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핑계로 복지부동”이라며 “구글과 애플만 법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라 방통위마저 동조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지적했습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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