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시간' 두달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반문재인' 소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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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에서 '반문재인' 기조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김인철·정호영·김승희 장관 후보자 낙마가 이어지고 인선 때마다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유감 표명 없이 문재인 정부와의 '비교우위'만을 강변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월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지난달에는 '전 정부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지적에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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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백지화·주52시간제 등 뒤집기
보복수사 질문에도 "민주당은.." 거론
통합 대신 지지층 결집에만 안간힘
여권서도 '전 정권 탓 도넘어' 쓴소리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에서 ‘반문재인’ 기조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3·9 대선에서 승리한 지 4개월, 취임한 지 2개월을 맞고 있지만, 통합이나 협치의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윤 대통령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퇴하고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교수 갑질 의혹 등이 여전하며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성희롱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증 실패’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또다시 ‘문재인 정권’을 끌어왔다. 그는 5일 인사 실패 지적에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거칠게 반응했다. 문재인 정부 장관 인사를 전면 부정한 것으로,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줄곧 강조했던 ‘문 정부 무능론’의 반복이다. 김인철·정호영·김승희 장관 후보자 낙마가 이어지고 인선 때마다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유감 표명 없이 문재인 정부와의 ‘비교우위’만을 강변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의 기조는 ‘문재인 정부 정책 뒤집기’다. ‘탈원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산업 지원에 시동을 건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원전 협력업체에 2025년까지 총 1조원 이상의 일감을 공급하는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가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 안 하고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다면 지금은 아마 경쟁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보 같은 짓’이라며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자체를 비난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 폐지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고용노동부는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꿔 한주에 최대 92시간까지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밝힌 “1주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구상과 방향이 같다.
윤 대통령은 당선 전에도 ‘반문재인’을 정치적 에너지로 삼았다. 그는 대선 기간 문재인 정부의 전세대책과 임대차 3법, 종합부동산세 등의 실패를 지적하며 ‘당선되면 그렇게 안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성이 떨어지는 ‘정치적 구호’라는 지적이 나왔다. 취임 뒤에도 물가가 뛰고 민생을 안정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정운영 지지도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합 대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대대적인 ‘전 정권 사정’이 감행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월 “문재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에 따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지난달에는 ‘전 정부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지적에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의 계속되는 ‘전 정권 탓하기’에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언어가 있다”며 “야당 후보나 검찰총장일 때는 그렇게 말할 수 있어도 전체를 책임지는 대통령이 그런 공격적인 언어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될 때마다 전 정권 탓을 하는 건 스스로 지지율을 갉아먹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도 최악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재인 정부도 했는데 ‘왜 난 안 돼?’라고 말하는 것도 한두번이다. 전 정권이 못해서 우리가 선택받은 건데 고작 이런 말 들으려고 대선 때 그렇게 열심히 도왔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라”고 토로했다. 대통령실 안에서도 “정권교체에 성공한 대통령이 전 정권을 계속 언급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윤석열식 정치를 보여야 할 때”(핵심 관계자)라는 얘기가 나온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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