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세상과 사람을 담는 목판화..판화가 주정이

KBS 지역국 2022. 7. 5.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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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목판화에는 흑과 백, 나무와 금속 조각도의 조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요.

자연과 사람, 세상을 표현하며 반세기 넘는 시간을 목판에 새겨온 판화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한국현대목판화 역사와 함께한 시간들, 셀 수 없이 빼곡한 원판에는 판화가로 한길을 걸어온 시간과 열정이 새겨져 있습니다.

시대를 관통하며 공동체와 환경의 가치를 전하는 목판화로 작가는 사람과 자연을 지향합니다.

김해 신어산 골짜기.

고향의 자연에서 판화작업을 이어온 주정이 작가가 새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데요.

그는 서정적인 풍경을 단순화시켜 조각도 한 자루로 간결하게 표현합니다.

[주정이/판화가 : "이것저것 쥐고 할 필요 없어요. 계단을 타박타박, 이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네가 가고 싶은 곳, 네가 생각하는 여유 공간을 내 식으로 만들어놓는 겁니다."]

열일곱 살에 만화가로 활동을 시작해 사진의 기록성에 끌려 사진가로 활동하다 1970년대 중반부터 조각도를 들었습니다.

목판화로 신문소설 삽화를 천 회 넘게 연재하는가 하면 숱한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목판화를 알려왔는데요.

군더더기 없는 자연은 최고의 소재입니다.

[주정이/판화가 : "지리산 어디 등산을 갔을 때 한 칠부 팔부능선에서 쉬고 있는데 발밑에 어떤 조그만한 야생화가 핀 걸 봤어요. 그게 방울꽃인데…."]

자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생태계, 환경의 가치로 이어졌습니다.

[주정이/판화가 : "취수장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녹조로 안이 온통 버려져 있었단 말이에요. 저걸 아무리 약물처리를 하고 한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물이 되겠느냐. '검은강' 작품 상류에 옛날 나루터가 있었는데 그 나루터에 방치된 폐선이었습니다. 환경에 대한 어떤 경각심, 보호해야 한다…."]

그의 예리한 칼끝은 더불어 사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전하기도 합니다.

마을의 한 식구로서 공동체 복원을 희망하는가 하면 핍박받던 백정이 주도한 진주 형평운동을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주정이/판화가 : "이게 횃불입니다. 어떻게 보면 빗자루일 수도 있어요. 청소할 수 있는. 근데 중요한 건 사람과 일체란 말이에요. 부당한 걸 타파하자고 나서는 깃발을 든다는 뜻이죠."]

천년 전통의 목판 인쇄술에 기반을 둔 목판화로 작가는 시대상을 담는 동시에 일상적 질문을 던집니다.

[주정이/판화가 : "자신의 어떤 꿈을 비어 있는 공간에서 펼쳐보면 어떻겠나. 여러 가지 펼쳐진 꿈들을 또 상상할 수 있단 말이죠. 그래서 무한이다…."]

글 쓰는 판화가로 그림과 글을 넘나들며 한국 근현대목판화 100년을 돌아보는 전시로 한국목판화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도 했는데요.

새기는 과정 못지않게 인쇄과정이 중요한 결과물과 마주하는 순간, 순전히 손놀림에 의존하는 옛 탁본 방식을 고집합니다.

작은 점, 희미한 선 하나, 미세한 농담까지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긴 세월 목판화를 지킨 동력은 무엇일까요?

[주정이/판화가 : "그림은 바로 확인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판화는) 자기가 생각했던 것 이외의 미묘한 성과를 또 거둘 수 있어요. 찍는 과정에서. 간단한 것보다는 복잡한 절차가 좀 해볼 만하니까 하는 거죠."]

간소하지만 밀도 높은 작품은 지역적인 작업으로 이어졌는데요.

'가야의 돌’에는 고향 김해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찾은 작품 속 현장, 가락국 중엽에 조각된 연꽃문양 연화대석은 목판화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질 겁니다.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판화가 좋아 작가는 50년 넘도록 조각도를 놓을 수 없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이 보고 느끼고 공감하는 판화를 위해 작가의 시선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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