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실패' 질문 끊은 尹대통령, 박순애 부총리엔 "언론 공격 고생 많아"
출근길 약식회견, 인사실패 질문 나오자 불쾌감 드러내며 30여초 만에 자리 떠
논란 부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하며 "언론, 야당 공격 받느라 고생하셨다"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5일 윤석열 대통령의 '30초 도어스테핑'에 비판과 논란이 모이고 있다. 인사실패에 대한 질문에 불편함을 드러내며 돌아선 윤 대통령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임명하면서 '언론·야당 공격 받느라 고생했다'고 말해 논란을 키웠다. 시민사회에선 '사과를 해야지 역정을 내면 되느냐'는 반응이 나오기에 이르렀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윤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를 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첫 질문은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사회부총리·교육부장관, 김승희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실인사라든지 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받아친 뒤 “다른 질문”이라며 화제를 돌리려 했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도 인사 관련이었다. '인사 취재를 하게 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인사는 대통령이 책임 진다는 말인데 반복되는 문제들이 사전에 충분히 검증 가능한 것들이 많았다'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기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이라면서 자리를 떴다.
이어진 일정에서는 언론의 비판을 “공격”이라 칭했다. 용산 대통령실 소접견실에서 이뤄진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임명이 늦어져서 뭐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 소신껏 잘 하십시오”라는 말을 건넸다.
박 부총리는 내정된 이래 음주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교수 시절 갑질 논란, 논문 표절 의혹 등으로 자질 논란을 빚었다. 이로 인한 비판을 “공격”이라 표현한 것이다. 현장 취재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웃음기 없이 굳은 표정의 목례로 화답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박순애 부총리가 지명된 지 40일쯤 됐다”며 “40일 만에 임명장을 받는데, 그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그동안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니까, 그것을 위로하는 뜻에서 그런 말을 하신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선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현재까지 임명되거나 지명된 23명 중 사외이사 등 재직으로 인한 이해충돌 의혹(10명)과 직무관련 비위 의혹(16명)이 다수 제기됐고, 부동산 투기(9명)나 가족 특혜 의혹(15명)도 단골 의혹이었다. 아무런 의혹이 없는 분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라며 관련 리스트를 공개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인철 후보자(교육)는 갑질과 가족 특혜 의혹 등으로, 정호영 후보자(보건복지)는 공직윤리 위반과 자녀 편입학 등 가족 특혜 의혹으로, 김승희 후보자(보건복지)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자진사퇴(?) 했다. 청문회에서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한 후보자가 10명이 넘는다”며 “이런 분들을 지명해 국민들을 화나게 하고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대통령을 비롯해 인사 추천·검증 담당자들의 반성이나 사과는 전혀 없었다”고 꼬집었다.
인사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과 태도를 두고는 여권 인사들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여당 대변인이 되고 싶었다. '문재인 정부보다는 낫다'가 아닌 '윤석열 정부라서 다행'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조금 더 정무적인 고려, 그리고 조금 더 야당과 국민들의 눈높이와 감정까지를 보듬을 수 있는 그런 정제된 발언들로 좀 더 노력을 해 주시기를 부탁 드려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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