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고령·합의중' 봐주기 없다..성범죄 처벌 세진다

【 앵커멘트 】 이처럼 확 세진 성범죄 처벌 기준, 법조팀 오지예 기자와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 기자, 바뀐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성적 수치심' 대신 '성적 불쾌감'이란 표현이에요. 이유가 있나요?

【 기자 】 네, 성범죄 피해자들 상당수는 용기내서 신고하면 왜 이렇게 당당하냐 들어야 했고,

수사기관에 가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를 답해야 했습니다.

또 법원의 처벌 기준에도 수치심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피해자다움'을 강조한 정조 관념이, 피해자가 느끼는 분노, 무기력, 모욕 등 다양한 감정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 포괄적으로 '성적 불쾌감'으로 바뀐 겁니다.

【 질문1-1 】 그럼 이렇게 처벌 기준이 바뀌면 판결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 기자 】 네, 드라마나 영화에서 판사가 '징역 몇 년 형을 선고한다' 많이 보셨죠.

이 형벌을 정할 때 참고하는게 바로 양형 기준입니다.

이 기준과 다른 판단을 내리려면 판결문에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2 】 또 형량을 깎아주는 사유도 엄격해진다면서요?

【 기자 】 네, 보시는 것처럼 고령인 성범죄 가해자도 늘고 있는데, 판결문을 보면 '피고인이 70대의 고령인 점을 감안하여' 이런 식으로 집행유예로 풀려나, 공분을 사는 경우 많았죠.

그런데 고령이라는 이유로 감형되는 게 바람직할까요.

양형위도 그 의미가 불명확하다며 뺐습니다.

또 '피해 회복을 위한 진지한 반성' 부분도 삭제됐고요.

그동안 피해자인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굴 용서하나며, 판사가 가해자의 합의 노력을 반영하는 부분도 논란이 됐는데요.

이제는 오로지 피해자 처벌 의사로 감경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 질문3 】 친족 간 성범죄 처벌도 엄격해졌는데, 이유 설명해주시죠.

【 기자 】 네, 법무부 자료를 보면 근친상간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친족 성폭력이 전체 성폭력의 10%를 웃돌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국민적 법감정과 실제 처벌의 간격이 컸다는 지적입니다.

그동안 판례를 보면, 술에 취해 잠든 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아버지, 상습적으로 손녀를 성추행한 할아버지에게 각각 최소 징역 3년과 1년 6개월, 최대 9년과 7년이 내려졌는데요.

이제 죄질이 나쁘면 최대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합니다.

또 주거를 침입해 강제추행한 경우, 원칙적으로 집행유예 없이 실형만 선고해야 합니다.

【 질문4】 군대 내 성범죄였던 공군 중사 '고 이예람 사건'이 떠오르는데, 이른바 군기가 센 곳에서 발생하는 성범죄 처벌도 세진다면서요?

【 기자 】 맞습니다.

그동안 양형 기준은 계급과 서열에 따라 지휘 관계에 있는 자만 범행에 취약한 자로 봤는데요.

군대 내에서 군대 등, 지휘 관계에서 지휘 감독 관계로 적용대상이 넓혀졌습니다.

또 의미 있는 게 2차 가해 부분인데요.

합의를 시도하면서도 피해자에게 압력을 행사해 불이익을 주거나 모욕적 발언, 집단 따돌림을 한 경우도 처벌이 강화됩니다.

【 질문4-1 】 지금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들여다보는 특검도 이 문제 살피고 있잖아요. 그럼, 이예람 사건, 또 최근 논란이 된 포스코 사내 성폭력 사건에도 적용되는 건가요.

【 기자 】 바뀐 양형 기준은 당장 시행되는 건 아니고요.

오는 10월 1일부터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라, 수사 상황을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 앵커 】 오 기자 잘 들었습니다.

그래픽 : 김지예 영상편집 : 이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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