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공정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장 신뢰"..일문일답

이강진 2022. 7. 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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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새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송옥렬 후보자는 5일 “공정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의 신뢰”라면서 법 집행 과정에서의 투명성·객관성 확립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가 법을 집행하는데 시장이 신뢰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승복하지 않고 법 규범이나 행위 규범으로 정착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경쟁 규칙을 쉽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법을 집행하는 데 객관성 등이 충분히 보장되는 절차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송 후보자는 그동안 공정위가 추진해온 정책들과 관련해선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정거래는 어느 정권이든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주춧돌처럼 삼아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특정 정권이나 정책 방향에 따라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송 후보자는 시장 활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제한적인 규제들은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벤처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거나 창의적 사업 활동을 막는 규제들을 찾아내 과감히 탈피할 예정”이라며 “과학적인 분석 체계를 확립해서 적극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부한 것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엔 “‘잘 할 것으로 생각한다, 잘 해 달라’ 정도가 다였다”면서 “그분(윤 대통령)이 쭉 강조하신 부분으로 미루어 생각하면 결국 자유시장경제의 복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송 후보자는 취임 후 추진해야 할 주요 규제 개선 과제로는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 축소, 기업결합 신고 면제 범위 확대 등을 꼽았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는 대기업 총수들과도 만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송 후보자는 ‘10대 그룹 총수들과 만나 의견을 들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재벌그룹 총수도 만나고, 중소기업도 만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과 관련해선 “전속고발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2002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을 두고선 “유학을 끝내고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기 전 6개월 동안 근무한 것”이라며 “특정 로펌이나 특정 기업을 위해서 학자적인 양심을 버린 적은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2014년 제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언론에 나온 팩트는 대부분 맞다”면서 “그것 때문에 (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겨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해 온 송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23회)로, 상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다음은 송 후보자와의 일문일답

─공정위의 시장 신뢰 회복 방안은

“시장의 신뢰에는 ‘조사를 받는 대상으로부터의 신뢰’와 ‘조사 결과에 따른 시장 구성원들의 신뢰’가 있다. 조사 과정에서 부당하게 조사권이 남용된다거나 하는 문제 제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법 집행에 있어 조사의 절차적 정당성, 조사대상 업체의 방어권 확보 등을 연구해서 개선할 예정이다. 추상적으로 시장의 신뢰라 말씀드렸지만 계속 소통하면서 기업들 쪽에서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개선할 점이 없는지 검토하겠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의 특정 조사 결과에 대한 사회의 신뢰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가장 큰 핵심은 규제가 좀 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속도를 제약하는 것도 설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차는 시속 100㎞로 달려도 아무 사고 안 나는데 60㎞로 막고 있다면 이상한 것이다. 규제는 잘 설정될수록 사회에서 신뢰를 받는다. 공정위 규제도 ‘기업 활동을 할 때 불편할 수 있지만 사회에서 이 정도는 하고 있어야 모두 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조금씩 쌓이게 된다면, 공정위가 이 규제에 따라 집행하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공정위의 규제가 아무 근거가 없거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하고 반대되거나 하면 그것부터가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히 당부한 것이 있는지

“‘잘해달라’는 당부 말씀이 있었다. 길게 말씀하지는 않으셨고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잘해달라’ 이 정도가 다였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제 짐작으로 생각해보면, 그분께서 쭉 강조하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미루어 생각하면 ‘자유시장경제의 복원’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저에게 당부하신 것들도 공정위가 상당히 중요하고, 공정위는 기업을 옥죄기 위해서 있는 기관이 아니고 자원을 배분하거나 복지정책을 하는 곳도 아니라 오직 자유시장경제를 위한 기관이라서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공정위가 기능을 잘해야 자유시장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공정위가 시장경제의 반칙을 잡지 않으면 시장경제 자체가 무너진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통령도 잘 알고 계시고 그래서 저한테 잘해달라 말씀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 있는 공정거래 규제 중 설득력이 부족한 규제가 있다면

“공정위 규제 중 예컨대 국정과제에 올라와 있는 동일인 중심 친족 범위 현실화와 기업결합을 신고할 때 면제되는 범위를 넓히는 것.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어서 좀 더 검토해서 개선해볼 생각이다.”

─윤석열정부가 ‘발목을 잡는 규제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 및 소비자 피해 방지하는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존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표현 자체가 ‘발목을 잡는 규제’라는 것이다. 규제의 효율화라든가 시장 설득을 위한 규제의 세팅을 정확히 하자는 취지. 공정위의 경제력 집중 규제나 부당내부거래, 사익추구행위 규제 등은 시장의 발목을 잡는 것들이 아니다. 그중 일부 발목을 잡는 것들에 대해선 검토하지만 그 외의 공정위가 하고 있는 것들은 그대로 갈 것. (공정위가)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큰 탈 없이 해가는 것이 저의 목표다. 지금 공정위가 하고 있는 기본적 틀은 유지할 것이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공정위의 물가 대응 여부

“공정위는 물가 잡는 기관은 아니다. 물가는 경제 원리나 시장 수급 등 여러 가지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고, 공정위에서 물가에 대해 ‘어떤 식품의 물가는 얼마가 돼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공정위가 물가를 잡는다는 식의 목표를 잡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기름값, 음식값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는 고상한 기관이라 물가랑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국민의 공복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적 기관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공정위가) 물가를 잡는 기관은 아니지만, 물가가 올라간 것 중에선 올리지 않아도 되는데 기회를 틈타서 가격을 올리거나, 강자인 기업들이 조금은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인데 양보를 안 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물가 인상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틀 안에서 문제가 혹시 없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이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담합을 통해서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하고 부당하게 물가가 올라가는지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의 물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대통령도 잘 이해하고 계시고, 제가 알기로 공정위에 물가를 해결하라는 주문은 안 들어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정위 수장에 적합한지 염려가 있는데, 2002년 김앤장에 들어간 이유는

“염려나 우려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 김앤장 경력에 대해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 제 평생의 경력은 교수 하나 밖에 없다. 변호사 자격을 활용해본 적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교수였다. 법무관을 마친 다음 변호사 등록을 안 하고 학교에 가고 유학을 간 뒤 계속 학교에 있었다. 경력에 있어 계속 학교에만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약점일 수 있다. 유학을 끝내고 와서 서울대에 임용되기 직전까지 6개월간 김앤장에 있었다. 유학에서 돌아와서 계속 학교에 어플라이(지원)가 된 상태였다. 시간은 한 학기나 일 년 정도 더 걸릴 상황에서 당장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서 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김앤장에서 잠깐 근무를 하게 됐다.”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한 입장은

“전속고발제는 국정과제에서도 논의된 부분이다. 전속고발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해서 발전시키겠다.”

─제자 성희롱 발언에 대한 입장은

“신문에 나온 팩트들은 대부분은 맞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제가 교수로서 편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관리를 하는 식으로 살아오지 않아 모자란 점이 많다. 솔직한 심정은 (당시) 제가 술을 너무 많이 급하게 마셔서 만취 상태여서 후회가 많이 된다. 그 자리는 학장단이 처음 바뀌어서 학생들과 상견례를 한 자리. 처음 분위기를 좀 띄운다고 술을 돌리고 하다가 그렇게 됐고, 너무 만취 상태에서 아무 이야기나 하게 됐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안 다음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문제는 제가 위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 문제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도 드렸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이야기됐고, 아직도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제가 너무나 잘못했고, 사실 그것 때문에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일한 것을 두고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되는데

“제가 몸담았던 것과 상관없이 당연히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할 것이다. 너무 당연한 것이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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