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공정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장 신뢰"..일문일답
송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공정거래조정원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가 법을 집행하는데 시장이 신뢰하지 않으면 (기업들이) 승복하지 않고 법 규범이나 행위 규범으로 정착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경쟁 규칙을 쉽고 명확하게 제시하고 법을 집행하는 데 객관성 등이 충분히 보장되는 절차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송 후보자는 그동안 공정위가 추진해온 정책들과 관련해선 큰 틀에서의 방향성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정거래는 어느 정권이든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주춧돌처럼 삼아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특정 정권이나 정책 방향에 따라 수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송 후보자는 시장 활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제한적인 규제들은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는 “벤처 기업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거나 창의적 사업 활동을 막는 규제들을 찾아내 과감히 탈피할 예정”이라며 “과학적인 분석 체계를 확립해서 적극적으로 개혁하겠다”고 다짐했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논란과 관련해선 “전속고발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2002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한 경력을 두고선 “유학을 끝내고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기 전 6개월 동안 근무한 것”이라며 “특정 로펌이나 특정 기업을 위해서 학자적인 양심을 버린 적은 없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2014년 제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는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언론에 나온 팩트는 대부분 맞다”면서 “그것 때문에 (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겨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해 온 송 후보자는 윤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23회)로, 상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다음은 송 후보자와의 일문일답
─공정위의 시장 신뢰 회복 방안은
“가장 큰 핵심은 규제가 좀 더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규제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속도를 제약하는 것도 설득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차는 시속 100㎞로 달려도 아무 사고 안 나는데 60㎞로 막고 있다면 이상한 것이다. 규제는 잘 설정될수록 사회에서 신뢰를 받는다. 공정위 규제도 ‘기업 활동을 할 때 불편할 수 있지만 사회에서 이 정도는 하고 있어야 모두 다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조금씩 쌓이게 된다면, 공정위가 이 규제에 따라 집행하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런데 공정위의 규제가 아무 근거가 없거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하고 반대되거나 하면 그것부터가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별히 당부한 것이 있는지
“공정위 규제 중 예컨대 국정과제에 올라와 있는 동일인 중심 친족 범위 현실화와 기업결합을 신고할 때 면제되는 범위를 넓히는 것.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어서 좀 더 검토해서 개선해볼 생각이다.”
─윤석열정부가 ‘발목을 잡는 규제 개혁하겠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 및 소비자 피해 방지하는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존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정위는 물가 잡는 기관은 아니다. 물가는 경제 원리나 시장 수급 등 여러 가지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고, 공정위에서 물가에 대해 ‘어떤 식품의 물가는 얼마가 돼야 한다’고 말할 수 없다. 공정위가 물가를 잡는다는 식의 목표를 잡을 수 없다. 그러나 국민들은 기름값, 음식값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는 고상한 기관이라 물가랑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국민의 공복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적 기관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공정위가) 물가를 잡는 기관은 아니지만, 물가가 올라간 것 중에선 올리지 않아도 되는데 기회를 틈타서 가격을 올리거나, 강자인 기업들이 조금은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인데 양보를 안 하고 자기 욕심만 채우는 물가 인상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틀 안에서 문제가 혹시 없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것들이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담합을 통해서 물가가 올라가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하고 부당하게 물가가 올라가는지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의 물가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대통령도 잘 이해하고 계시고, 제가 알기로 공정위에 물가를 해결하라는 주문은 안 들어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이라는 점에서 공정위 수장에 적합한지 염려가 있는데, 2002년 김앤장에 들어간 이유는
“전속고발제는 국정과제에서도 논의된 부분이다. 전속고발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해서 발전시키겠다.”
─제자 성희롱 발언에 대한 입장은
“신문에 나온 팩트들은 대부분은 맞다. 그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제가 교수로서 편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관리를 하는 식으로 살아오지 않아 모자란 점이 많다. 솔직한 심정은 (당시) 제가 술을 너무 많이 급하게 마셔서 만취 상태여서 후회가 많이 된다. 그 자리는 학장단이 처음 바뀌어서 학생들과 상견례를 한 자리. 처음 분위기를 좀 띄운다고 술을 돌리고 하다가 그렇게 됐고, 너무 만취 상태에서 아무 이야기나 하게 됐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안 다음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이 문제는 제가 위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이 문제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도 드렸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충분히 이야기됐고, 아직도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제가 너무나 잘못했고, 사실 그것 때문에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과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일한 것을 두고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되는데
“제가 몸담았던 것과 상관없이 당연히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할 것이다. 너무 당연한 것이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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