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치 까다로운 환자 안 받는 응급실..헬기 불러 서울행 일쑤

신심범 기자 2022. 7. 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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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의 한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헬기를 타고 서울까지 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누그러진 지금도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

지역 한 병원 관계자는 "종합병원급은 응급의학 전문의 외에 다른 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하는 일이 드물다. 대동맥 환자처럼 중증도가 높을 땐 상급종합병원도 흉부외과 전문의 등이 환자를 봐야 하는데, 인력 사정으로 치료를 못하는 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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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희소병 앓던 부산지역 환자
응급상황서 병원 못 구해 발동동
코로나 업무과다 등 핑계로 거부
의료계 "중증전문의 태부족 원인"

최근 부산의 한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헬기를 타고 서울까지 가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가 누그러진 지금도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병원이 적지 않다.

부산지역 한 종합병원 응급실. 국제신문 DB


5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대동맥 관련 희소병을 앓는 A(30대) 씨는 지난 2일 새벽 4시17분 수영구 자택에서 구급대를 불렀다. 전날 서울에서 혈관 수술을 받은 A 씨는 수술 부위에서 출혈이 일어나 응급 처치를 받아야 했다. 발에 멍이 들어 퉁퉁 붓고 혈압도 상당히 낮아 거동이 어려운 상태였다. 거즈를 뚫고 새 나오는 피도 그칠 줄 몰랐다.

A 씨를 구급차에 태운 소방은 병원에 전화를 걸어 입원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그러나 환자를 받겠다고 답한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침상이 다 찼다” “환자가 너무 많다” “혈관을 봐 줄 의사가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경남지역 병원까지 전화를 돌렸지만, 돌아온 답은 같았다. A 씨는 도로 위에서 3시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소방은 서울의 담당 주치의와 연락해 그곳으로 A 씨를 옮기기로 했다. A 씨는 그날 오전 6시55분 해운대구의 특수구조단 항공구조구급대 헬기에 올라 오전 8시23분 강남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응급환자가 병원을 구하지 못해 다른 지역으로 가는 일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지난 4월 3일 항암 치료를 받는 50대 남성은 호흡 곤란으로 구급대를 불렀으나 부산에선 격리실을 갖춘 병원을 구할 수 없어 곤란함을 겪었다. 결국 소방은 대전의 대학병원까지 이 남성을 장거리 이송했다. 이 남성은 신고 4시간여 만인 오후 8시33분에야 병원에 도착했다.

같은 달 25일 오후 5시12분엔 서구에 사는 60대 남성이 직장 정맥류 수술을 받은 뒤 출혈을 일으켰다. 이때도 소방은 각 병원에 연락을 넣었지만, 의료진과 중환자실이 부족하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결국 환자는 밤 10시29분이 돼서야 경북 구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구급대는 병원 측에 환자의 발열 상태 등 대략적 상태를 먼저 고지한 뒤 환자를 옮기고 있다. 발열이 있으면 응급실에 환자를 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빌미로 병원 업무가 다소 많을 땐 입원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게 현장의 생각이다. 소방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다소 완화된 지금은 사정이 나아졌지만, 일이 많다는 이유로 환자를 받지 않는 응급실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환자가 직접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찾아가는 게 낫다’는 조언 아닌 조언이 통용되는 실정이다. 구급차로 이동할 땐 병원 측에 미리 사정을 설명해야 하지만, 일단 응급실까지 찾아가 인지상정에 호소하면 적어도 병상에 눕혀는 준단 거다.

 이런 상황을 막고자 지난해 12월 국회는 환자 거부를 제한하는 개정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은 응급의료시설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의 수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해 객관적인 수용 거부 기준을 수립하도록 했지만, 아직 후속 조처는 마련되지 않았다.

 의료계는 응급실에 환자를 밀어 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 한 병원 관계자는 “종합병원급은 응급의학 전문의 외에 다른 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상주하는 일이 드물다. 대동맥 환자처럼 중증도가 높을 땐 상급종합병원도 흉부외과 전문의 등이 환자를 봐야 하는데, 인력 사정으로 치료를 못하는 수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지역에 전문의 수가 적어 적절한 인원이 산재하지 않은 게 원인이다. 응급실에 입원시켜도 의사가 없으면 치료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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