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룰' 후폭풍 몰아친 野..동시다발 반발에 내홍 확산(종합)
안규백 사퇴에 친명계는 연판장까지.."이대로면 李 컷오프" 주장도
비이재명계 "역선택 방지 조항 없애야"..내일 당무위 최종 논의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박경준 정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5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8·28 전당대회' 룰 변경을 둘러싼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의 의결안 일부를 뒤집은 것을 두고 곳곳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오며 일대 혼란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급기야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이날 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고, 친이재명계 주도로 비대위 결정을 되돌려야 한다는 내용의 연판장까지 돌았다.
무엇보다 비대위가 당 대표·최고위원 예비경선(컷오프) 선거인단을 기존대로 중앙위원들이 독식하도록 한 것이 뇌관으로 작용했다. 중앙위원회는 국회의원을 포함한 원내외 지역위원장과 광역·기초단체장 등으로 구성된다.
전날 오전 전준위는 '중앙위 100%'였던 예비경선 투표 비중을, '중앙위 70%·국민 여론조사 30%'로 변경했으나, 비대위는 이를 원위치시켰다.
비대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선 룰 조정을 통해 국민 여론 반영 비율은 상당 부분 상향됐다"며 "예비경선에서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번복 결정'이 나오자 당내 성토가 빗발쳤다.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상임고문 측 인사들이 앞장섰다.
이 고문의 최측근인 정성호 의원을 비롯한 친이재명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대위가 당원 투표권을 제한하고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절차마저 훼손했다"며 비대위 결정을 다시 되돌리기 위한 목적의 '전당원 투표'를 요구했다.
친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총 38명의 의원이 서명한 연판장이나 다름 없었다.
오후에는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내고 비대위를 비판했다. 비대위원이기도 한 김현정 원외지역위원장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비대위가 예비경선에 '민심'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은 사실상 이 고문을 예선 탈락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친이재명계 김남국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이런 전대 룰이라면 이재명도 얼마든지 컷오프될 수 있다"며 "비대위의 결정은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죽인 것"이라고 비난했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중앙위 컷오프 100% 제도는 숙의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포장된 계파주의, 여의도 기득권의 산물"이라며 "비대위는 전준위의 '30% 국민여론 반영안'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전준위원인 전용기 의원도 "비대위의 전대 룰 왜곡에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결정은 당과 당원, 당과 국민 간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고민정 의원 역시 통화에서 "비대위 결정은 민주적으로 당을 혁신할 수 있는 통로를 스스로 막아버린 것"이라며 "당심과 민심이 괴리돼 있다는 지적을 해결할 좋은 방안이었는데 이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당권주자인 강병원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중앙위는 오랫동안 당 대표 후보와 최고위원들을 잘 추려서 국민께 내보이는 기능을 해왔다"면서 "이재명을 컷오프하기 위한 비대위의 결정이라는 주장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친명계 주장과 거리를 뒀다.
아울러 비이재명계는 본선에서 실시되는 국민 여론조사를 민주당 지지층과 무당층을 상대로만 하도록 한 '역선택 방지' 규정을 비대위가 그대로 놔둔 데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역선택 방지 조항으로 인해 사실상 강성 지지층의 여론만 '민심'으로 반영된다는 주장이다.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여론조사라고 해봐야 결국은 민주당 지지층에 국한돼 일반 민심과는 괴리된 결과가 나온다"며 "역선택 방지 규정을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97그룹 주자인 강훈식 의원 역시 라디오에 출연해 "더 많은 민심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을 유지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비대위가 최고위원 선거 1인 2표 가운데 1표를 '권역별 투표'로 강제한 것을 두고도 파열음이 잇따랐다.
"당내에서 한 번도 토론해 본 적 없는 이상하고 기괴한 룰"(김남국 의원), "국민적 웃음거리가 될 게 뻔한 제도"(김병욱 의원) 등 친이재명계는 물론 "지역별로 투표를 강제하는 방식은 비민주적"(고민정 의원) 등 비이재명계에서도 일제히 반발했다.
특히 친이재명계에서는 권역별 득표제가 최고위원 출마를 검토 중인 수도권 강경파 초선 의원들의 '지도부 진입'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마저 품고 있다.
이와 관련 비대위 관계자는 "지도부 선출에 있어 지역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은 당헌·당규상 권고에 불과했다"며 "이 문제를 비대위에서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합의안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대 룰 변경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일파만파하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반박에 나섰다.
우 위원장은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준위가 비대위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결정한 면도 있다"며 전준위 책임론을 언급했다.
사전에 비대위와 물밑 조율을 했음에도 전준위가 일방적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다만 우 위원장은 "이 문제는 비대위가 토의하고 최종적으로 당무위원회에서 결정하는 만큼, 당무위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말해 비대위 안이 재수정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전대 룰을 둘러싼 내홍이 더 확산하는 것은 차단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비대위 내부에서는 예비경선시 국민 여론조사를 일부 반영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6일 당무위 논의에서 절충안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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