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장관 "경찰국 경찰 장악? 10년전 광우병 선동과 다를 바 없어"
"서해 공무원 피살, 청와대 직접 지휘 탓"
경찰들 현장 집단반발은 없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세종남부경찰서를 방문해 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가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을 경찰 장악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10여년 전 광우병 선동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당시 청와대가 해경을 직접 지휘했기 때문이라고 밝히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의 경찰제도개선안의 취지를 설명하다 나온 발언이지만, 최근 ‘경찰국 신설’ 등과 관련한 일선 경찰들의 반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이날 “(경찰 관련 조직 신설 등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오해가 증폭되는 면이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이런 자리를 통해서 소통의 폭을 넓히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해 오해를 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안부 안에 경찰 관련 조직이 신설된다고 해서 일선 경찰관들의 업무에 아무런 변화가 생기는 것은 없다”면서 “현재 경찰청장을 최고 정점으로 한 시스템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찰청장이 지금과 똑같이 지휘하게 되고, 경찰 조직 운영의 자율성은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이라면서 “행안부장관이 경찰 치안 업무에 새롭게 관여하거나, 통제를 강하하고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을 장악하려면 대통령실이 직접 경찰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없던 장악력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실이 음성적으로 밀실에서 행한 권력을 내려놓고 법률대로 행안부장관을 통하는 행정체계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역대 정권의 밀실 행정 사례로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들었다. 그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당시 청와대가 해경을 직접 지휘해서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청와대가 해경이 됐든 경찰이 됐든 직접 지휘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근거를 남길 수 없다”며 “그렇게 지휘했다는 사실 자체가 총리하고 행안부 장관, 해수부 장관을 통하도록 하는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문서로 남기지 않았고, 국민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일개 행정관이 경찰의 최고위급 인사를 다 주무르고 다녔다”며 “여러분은 그런 시스템이 맞다고 생각하나. 각부 장관, 경찰청장과 협의를 통한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 경찰 직협(직장협의회)이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경찰 장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10여년 전 광우병 선동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 장관과의 만남에서 일선 경찰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장관과 일선 경찰관들과의 만남에서는 경찰직장협의회 등의 집단반발 등은 없었다.
이 장관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를 방문해 현장 경찰관들의 목소리를 들은 바 있다. 이 장관은 6일에는 광주지방경찰청을 방문한 뒤 영남지역 경찰관들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경찰직협에서 행안부 경찰 조직 신설 등에 반발해 삭발과 단식 등 단체행동에 나선 데 대해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5일 차기 경찰청장 임명 제청 동의 안건을 심의하는 국가경찰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하기 전 ‘일선 경찰의 반발을 정치적 행위로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일선 경찰의 반발이 아니라 직협의 단체 행동”이라고 강조하며 “일부 야당의 주장에 편승하는 듯한 정치적 행위”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직협과 대화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간접 민주주의보다 직접 민주주의가 좋지 않으냐”며 “직협이 모든 사람을 다 대표한다고 보이지 않는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그게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직협도 나름의 대표성이 있겠지만 전국을 다니며 현장 목소리를 들어보려 한다”고 답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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