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학문 선진국' 위상 확인한 쾌거다

허준이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 겸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5일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하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이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허 교수 등 4명을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 시상했다. 필즈상은 수학계 최고 영예의 상으로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수학자대회에서 수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 40세 미만의 2~4인에게 수여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중국 이란 등 몇 나라만이 수상했고 한국은 허 교수가 최초다.

국제 수학연맹이 든 허 교수의 공로는 조합이론과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하고 대수기하학의 토대를 확장하는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조합론과 관련해 리드추측, 로타추측, 오쿤코프추측 등 여러 수학적 난제들을 해결해 일찌감치 국제수학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허 교수의 수상이 특히 의미가 있는 것은 그의 학문적 성장의 많은 부분이 국내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허 교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두 살 이후 한국에서 초중고와 대학(서울대)을 다녔고 석사학위도 서울대에서 받았다. 필즈상 수상이 허 교수 개인의 능력에 따른 것이지만, 그런 인재를 길러낸 한국 수학계도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서울대의 노벨상 및 필즈상급 석학을 초빙해 강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그의 수학적 재능이 발견된 것은, 제도적 뒷받침이 결실을 거둔 성공사례다. 허 교수의 재능을 알아본 고등과학원이 그를 석학교수로 임용해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연구활동을 하게 한 것도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개인의 영광이자 한국 수학계, 나아가 한국 기초학문의 개가다. 국내에서 학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 서울대와 고등과학원의 교수 및 연구 환경이 빛을 발했다. 특히 한국 수학계는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를 유치하면서 학문적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학영재 발굴에도 힘써왔다. 그 결과 지난 2월에는 국제수학연맹이 수학등급에서 한국을 최고등급인 5등급 국가로 상향했다. 우리는 그동안 노벨상 갈증을 겪어왔다. 이웃 일본이 과학분야에서만 25개의 노벨상을 수상하는 모습을 보며 '열등감'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함으로써 열등감에서 벗어날 단초를 마련했다. 근년 들어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클래식, 팝, 영화, 스포츠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은 학문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들어섰음을 확인시켜준 쾌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