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질문 곧잘"..옛 과외선생님이 회고한 고교중퇴 허준이

문다영 2022. 7. 5.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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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지만, 강남의 학원에서 아주 잘하는 학생을 보는 느낌하고는 많이 달랐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점수를 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한국계 수학자 중 처음으로 필즈상의 영예를 안은 허준이(39)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의 대입 수험생 시절을 기억하는 김철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5일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수능을 대비하며 과외를 받던 시절부터 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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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정석', '하이탑 물리' 등으로 수능 대비
김철민 UNIST 교수 "수상 소식에 소리 지를 뻔..내 일처럼 기뻐"
필즈상 수상한 허준이 교수 (헬싱키=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IMU) 필즈상 시상식에서 필즈상을 수상한 뒤 메달과 함께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7.5 kje@yna.co.kr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지만, 강남의 학원에서 아주 잘하는 학생을 보는 느낌하고는 많이 달랐습니다. 짧은 시간 내에 좋은 점수를 내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요."

한국계 수학자 중 처음으로 필즈상의 영예를 안은 허준이(39) 프린스턴대 교수 겸 고등과학원 수학부 석학교수의 대입 수험생 시절을 기억하는 김철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5일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에 다니던 시절에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 중퇴생 허준이를 만나서 수학과 과학 과외선생님으로 1년가량 개인교습을 했다.

"(허 교수가 중퇴한) 고등학교 과정에서 (대학) 입시를 위해 해야 했던 공부를 도와줬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서울 상문고에 다니다가 개인 사정으로 자퇴한 후 홈스쿨링을 받았으며, 2002년 서울대 자연과학대에 입학했다.

김 교수는 과외 제자를 같은 대학 같은 학과(서울대 물리학과) 후배로 키워낸 셈이다.

필즈상 수상한 허준이 교수 (헬싱키=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수학 노벨상'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2022.7.5 kje@yna.co.kr

김 교수는 허 교수가 수능을 대비하며 과외를 받던 시절부터 어려운 수준의 수학과 과학 문제를 풀었다고 했다.

그는 "물리 쪽에서 난도가 높았던 참고서 '하이탑'과 '수학의 정석'을 붙잡고 쭉 같이 뗐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요즘 인기가 높은 문제풀이형 수능 대비 교재들과는 거리가 있는, 기본 개념을 철저히 다루는 교재들이다.

김 교수는 일본 대학입시 수학문제 출제경향과 유사한 고난도 문제집 중 '최신수학'이라는 책을 같이 찾아서 풀었던 기억이 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틀에 갇힌 생각보다는 약간 허튼소리도 하고 계속 질문하던 친구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허 교수가 수학과 물리 공부 내용을) 잘 쫓아왔다. 공부할 때는 '왜 이래야만 하는가'를 묻고, 엉뚱한 질문을 곧잘 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다만 "(수학이나 물리를) 잘한다고 말하려면 정답을 잘 맞히고 주어진 시간 내에 많이 푸는 것이 기준일 텐데, 그 기준에 비춰서는 인상적이지 않았다"며 "솔직한 마음으로는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필즈상 수상한 허준이 교수 (헬싱키=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수학 노벨상'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 2022.7.5 kje@yna.co.kr

또 김 교수는 "그때 (허 교수가) 시를 썼던 기억이 난다"며 "학교 현장이나 학교에 다니는 동기들과 비교해보면 독특하고 자유로운 기질이 어린 나이에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시가 요구하는 스킬(수능 문제풀이 기술)과 필즈상 받는 건 별 관계가 없는 거 같다"며 "우리 학생들도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합격자 발표가 난 2001년 12월, 허준이 교수로부터 합격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김 교수는 "(허 교수가) 전화로 '선생님 저 서울대 합격했어요'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며 "자연과학대를 갔다고 하길래 '돈 안 되는 데를 갔냐, 축하한다'고 덕담을 건넨 것이 (한동안)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가 허 교수와 다시 연락이 닿은 때는 허 교수가 유망한 수학자가 돼 로타 추측을 증명한 이후인 2017년이었다.

김 교수는 과학·수학 전문지인 '콴타매거진'에 허 교수의 인터뷰가 실린 것을 보고 "우연히 기사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허 박사 혹시 나 기억하면 연락해달라' 해 한국에서 두어 번 만났다"고 말했다.

그는 5일 오후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을 듣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너무 기쁘다. 정말 진심으로 기쁘고 제 일인 것처럼 기쁘다"며 옛 과외 제자 허 교수에게 축하를 전했다.

zero@yna.co.kr

[그래픽] 수학자 허준이 한국계 최초 필즈상 수상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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