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학계 소원 50년 앞당겼다"..허준이 교수 '필즈상' 낭보에 학계 환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가 5일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했다는 낭보가 전해지자 학계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구자경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명예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같은 수학자로서 굉장히 기쁜 소식”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일본은 현대수학 역사가 100년이 넘고 필즈상 수상자도 몇 명 배출했지만 한국이 현대수학에 동참한 역사는 50~60년 정도로 길지 않다”며 “일본을 따라가려면 50년은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허 박사의 수상 소식은 우리의 소원을 50년 정도는 앞당긴 수학계 ‘빅 뉴스’”라고 했다.
구 교수는 허 교수 아버지인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의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하다. 구 교수는 “(허준이 교수가) 공부를 안 하고 딴짓을 한다고 걱정하는 것을 얼핏 듣기도 했는데,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교수가 서울대에 와 있을 때 인연을 맺은 뒤 수학에 많은 흥미를 가졌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는 1970년 필즈상 수상자로 허 교수가 석사과정을 시작할 즈음 서울대가 진행한 석학 초청사업을 통해 서울대에서 강연했다.
구 교수는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을 접목한 허 교수의 학문 성과에 대해 “조합론에서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을 대수기하학에서 배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해결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일종의 타고난 능력”이라고 했다.
허 교수의 석사 과정 지도교수인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한국 수학계의 쾌거’라고 했다. 김 교수는 “국제수학연맹이 한국의 수학 국가등급을 올해 처음 ‘5그룹’으로 인정했는데, 5그룹 국가는 전세계 11개국뿐”이라며 “여기에 필즈상까지 수상했으니 한국은 명실상부 수학 분야 선진국”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제 ‘혼자 똑똑해서’ 학문적 성취를 이루는 시대는 지났다”며 “학계의 조직적 지원과 지도교수, 동료교수들의 도움이 있지 않으면 그만한 성취를 이루기 어렵다. 한국 수학계가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기에 이룬 성과”라고 했다. 허 교수가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을 융합한 것에 대해서는 “뛰어난 직관과 노력과 행운이 있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수학·양자물리학 도서를 전문으로 펴내는 도서출판 승산의 김진호 편집자는 “애초에 시인을 꿈꿨고 학부에서도 수학을 전공하지 않았던 학자가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성과”라면서 “이번 수상은 한국의 후속 세대 수학자들에게 연구를 지속하면 뜻밖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경선·김지혜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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