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일양약품 '바이오 떴다방' 눈총

김진수 2022. 7. 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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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잡는다더니 코로나 공약
감염병 유행따라 개발테마 바꿔
연구개발 성과·임상계획 남발
K-바이오 가치·신뢰도 하락

"메르스 잡는다더니 코로나19, 그러다 원숭이두창까지…. 신약 개발 기업이 아니라 '바이오 떴다방'인가요?"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공약을 내놓고는 신규 감염병이 나오면 금세 테마를 바꿔가며 연구개발 성과와 임상계획 발표를 남발하는 기업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들 기업이 테마를 갈아탈 때마다 그들을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손실만 입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대중의 관심에 편승하면서 무책임한 발표를 일삼는 기업들이 K-바이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는 2020년 12월, 대주주 씨앤팜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CP-COV03'가 1회 투여만으로 12시간 동안 바이러스 활성을 100% 억제하는 혈중 약물농도를 유지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며 크게 주목 받았다. 현대바이오의 주가는 곧 크게 뛰었고 발표 전 11월 1만1000원 수준이던 주가가 이듬해 2월 말 6만6000원까지 급등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해 11월 11일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CP-COV03' 임상 1상을 승인받아 올해 1월에는 최종 시험대상자에 대한 관찰까지 모두 마쳤다. 이어 올해 3월 16일 임상 2상을 승인받아 코로나19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CP-COV03와 위약 대조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후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원숭이두창이 빠르게 확산하자 현대바이오는 그동안 개발해온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원숭이두창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미 FDA(식품의약국)에 패스트 트랙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니클로사마이드 기반의 CP-COV03는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세포가 바이러스를 이물질로 인식해 제거하는 자가포식 작용을 촉진하는 범용 항바이러스제 후보물질인 만큼, 모든 바이러스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똑같은 물질을 이슈에 따라 홍보 포인트를 바꿔가며 회사 기업가치 띠우기에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자사 의약품 '슈펙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약 70% 가량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는 시험관 내 실험 연구를 공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슈펙트는 항암제로 품목허가를 획득해 판매 중인 제품으로, 별다른 복용 안전성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기대감으로 반영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양약품은 지난해 3월 러시아에서 진행하던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발표하며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 일양약품은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슈펙트가 메르스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슈펙트를 메르스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노력도 임상도 진행하지 않았다. 아울러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이슈로 회사 주가가 급등했던 2020년 7월, 오너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량 또는 일부 매각한 것으로 확인되며 논란을 빚었다.

이와 관련해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의 메르스 관련 연구는 정부 과제로 이미 종료된 것이며 메르스 환자가 없는 상황이라 임상은 추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오너 일가 주식 매각은 개인적인 사안으로 매각 이유 등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우진비앤지는 메르스 유행 당시 관련 백신 개발 정부 연구과제에 선정됐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에도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서브유닛 백신인 'WG-MERS-001' 임상시험 계획을 식약처에 제출하며 관심을 받았지만 임상 승인을 받지 못 했다. 이 가운데 최근 원숭이두창에 관심이 집중되자 국내 몇몇 진단키트 업체들은 관련 진단검사 제품 개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부 기업의 행태가 제약·바이오업계 전체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감염병 등 이슈가 생길 때마다 이에 편승해 계획과 발표를 남발하는 기업들이 전체 섹터에 대한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있다"면서 "0.1%도 안 되는 신약개발 성공 확률에 매달리며 사운을 걸고 의약품을 개발하는 기업들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자체 정화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김진수기자 kim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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