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 덮친 에너지 위기..獨, 31년 만에 무역적자

장형임 기자 2022. 7. 5.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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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혼란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흔들고 있다.

독일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에 빠지고 주요 전력 기업이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울리자 독일 정부는 1960년대에 처음 구성된 노사정 대화 협의를 부활시키며 극복 방안 모색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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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무역수지 '-10억 유로'
우크라 전쟁發 에너지가격 폭등
러 의존도 높은 통상강국 강타
위기 신호에 '노사정 대화' 부활
에너지 기업에 구제금융 지원
전력회사 국유화 방안도 검토
올라프 숄츠(왼쪽 두 번째) 독일 총리가 4일(현지 시간) 야스민 파히미(왼쪽)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대표, 라이너 둘게르(왼쪽 세 번째) 고용주협회연합회(BDA) 회장과 베를린 소재 총리관저에서 노사정 대화를 마친 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울경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혼란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흔들고 있다. 독일 무역수지가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에 빠지고 주요 전력 기업이 정부에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곳곳에서 위기 신호가 울리자 독일 정부는 1960년대에 처음 구성된 노사정 대화 협의를 부활시키며 극복 방안 모색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 시간) 독일의 5월 수입액이 전월 대비 2.7% 늘어난 반면 수출액은 0.5% 감소해 무역수지(계절조정치 기준)가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월별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인 것은 통일 직후인 1991년 이후 처음이다.

‘통상 강국’ 독일의 무역수지에 빨간불이 켜진 배경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독일은 에너지 수요의 63.7%를 수입에 의존하며, 특히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가장 높다. WSJ는 5월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액이 전년 동월 비 54.5% 늘어난 반면 대러 수출액은 29.8% 급감했으며 전 세계 연료 값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 비용이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올리버 라코 연구원은 "독일이 모든 분야에서 현상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최근의 거시 데이터는 독일이 에너지·원자재·중간재의 해외 공급은 물론 해외 수요에도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사진 설명

치솟는 에너지 가격이 독일 기업과 경제 전반을 강타하면서 독일 정부의 행보도 빨라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독일 정부가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감소로 파산 위기에 몰린 에너지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에너지보안법’ 개정안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주요 인프라 기업이 위기를 맞으면 정부가 기업 지분을 인수해 구제한다는 내용을 새롭게 담은 이 개정안은 이번 주 중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첫 구제 대상으로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끊겨 운송량이 종전의 40%까지 줄어든 전력 회사 유니퍼가 거론된다. 독일 정부가 90억 유로 규모의 구제 패키지를 가동해 유니퍼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유니퍼 주가는 국유화 리스크를 반영해 이날 24% 가까이 떨어졌다.

올라프 숄츠 정부는 1967년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출범시켰던 노사정 대화 협의체인 ‘협조행동(Concerted action)’도 부활시켰다. 숄츠 총리는 이날 노사 대표들과의 첫 대화 이후 "(독일이) 역사적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해결책에 합의해야만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와 기업의 협조를 얻어 에너지발 물가 상승으로 초래될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정부의 경제 위기 대처 노력에도 대외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독일 경제가 글로벌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 전망이 제기된다. WSJ는 중국 코로나19 봉쇄의 여파로 독일의 대중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데다 유럽뿐 아니라 최근 수출을 늘려온 미국에서도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테온마크로이코노믹스의 클라우스 비스테센 이코노미스트는 "독일의 무역 적자가 여름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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