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실패 비판에 연이틀 "전 정권은 어땠나"..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심진용 기자 2022. 7. 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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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인사 부실 검증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들어 인사 실패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책임 있는 발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고인사권자로서 인사 실패 논란에 대해 사과나 유감 표명 없이 ‘능력에 따른 인사’라고 강변하며 전임 정부나 야권, 언론을 탓하고 있다. 여론을 성찰하고 인사 기준을 재설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고, 외부에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박순애 신임 사회부총리, 김승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같은 경우에는 부실인사, 인사실패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들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말했다. 인사 관련 질문에 전날에 이어 연이틀 전임 정부를 거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인사 관련 사전에 충분히 검증 가능한 것들이 많았다’는 추가 질문에 “다른 정권 때와 한번 비교를 해보라.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이라고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손가락을 크게 좌우로 흔들며, 인사 비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냈다. 평소 4~5개의 질문에 답을 하던 것과 달리 2개 질문만 받고 떠났다. 윤 대통령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관 임명식에서도 인사 비판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박순애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임명이 늦어져서,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 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 소신껏 잘 하시라”고 말했다. 박 부총리의 만취상태 음주운전 이력과 관련해 그간 계속된 비판과 부실 검증 논란까지 일축한 것으로 풀이됐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고위공직자 낙마 사례는 4건이다. 김인철·정호영·김승희 장관 후보자가 차례로 낙마했고,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혐오발언 논란으로 자진사퇴했다.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은 성희롱과 성추행 미화 시로 비판을 받았고,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간첩 조작에 연루돼 징계받은 전력으로 논란이 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위원장 등 검출 출신 편중 인사 비판은 지속되고 있다.

낙마 사례가 나올 때마다 인사 검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윤 대통령은 비판을 받아들이지도 유감을 표명하지도 않았다. 윤 비서관 논란 당시 윤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지만 “다른 질문 없느냐”고 답변을 피했다. 검사 편중 인사 비판에는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게 인사 원칙”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인사에서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하게 고백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약속대로 출근길 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거침없이 내고 있지만, 인사 논란에서는 성찰 없는 ‘마이웨이’만 고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역대 대통령들이 인사 실패에 유감을 표시해왔던 것과도 대비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새 정부 출범 직후 고위공직자 7명이 낙마하는 등 인사 비판이 제기되자 여야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일부 인사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도 2013년 부실 인사 논란에 휩싸이자 야당 지도부와 함께 한 만찬에서 “심려를 기쳐 죄송하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윤 대통령이 인사 논란과 관련 전임 정부에 화살을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취임 이후 최대 과제 중 하나로 꼽혔던 사회 갈등 치유와 통합에서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 정부 탓이 계속될수록 “문재인 정권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힘을 잃고, 초반 국정동력까지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사 비판을 마주하는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여권 내에서도 공개 비판이 나왔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성추문과 음주운전 등 그간의 인사 논란을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의 인사 참사와 다를 게 없다’는 국민적 비판을 피해갈 수 있겠느냐”고 적었다. 그는 “‘민주당도 그러지 않았느냐’는 대답은 민주당의 입을 막을 논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민주당처럼 하지 말라고 뽑아준 거 아니냐’는 국민의 물음에 대한 답변은 될 수 없다”며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인사와 관련해 여러 잡음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에 대한 지적, 비판, 이런 것들은 다 잘 듣고 있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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