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처럼 방치됐던 파리 철도창, 세계 스타트업 산실로

황순민 2022. 7.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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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거주 '비자' 1주만에 발급
파격 혜택으로 스타트업 유치
경험 많은 고급인재 몰리고
전 세계 기술·자본 따라와
MS·구글 빅테크도 발걸음
넓은 철도정비창 가진 용산
스타시옹F 개발 참고할만

◆ 佛 창업 최전선 '스타시옹F' ① ◆

프랑스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2017년 설립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스타시옹F`에서 스타트업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행정 절차 간소화를 위해 정부·공공기관 인력도 이곳에 상시 배치된다. [사진 제공 = 수면가전 스타트업 `코지`]
프랑스 수도 파리 시내에서 우버를 잡아타고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파리 국립도서관 인근 13구역.

이곳에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세계 최대 규모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캠퍼스 '스타시옹F'가 자리 잡고 있다. 축구장 5개 크기에 달하는 광활한 공간에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으며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분주하다.

2017년 개관한 스타시옹F는 사실 1929년에 만들어진 낡은 철도기지를 재단장해 만든 공간이다. '창업국가(스타트업네이션)'를 국가적 사명으로 내세운 프랑스 창업 생태계 최전선이다.

각국 금리 인상 기조, 경기 침체 우려, 테크 기업 주가 하락이 맞물리면서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에 찾아온 '혹한기'와 정반대로 이곳에서는 기술에 대한 낙관과 미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 발굴을 향한 기대감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스타시옹F에서 만난 굴나라 아기아르 오르멕스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그중 한 명이다. 그가 창업한 오르멕스는 블록체인으로 농업 분야 탄소 저감을 수치화하고 판매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해 프랑스 현지에서 촉망받는 스타트업이다. 아기아르 CEO는 "인시아드가 스타시옹F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 공간(하드웨어)뿐 아니라 동문 창업자, 투자자(VC·벤처캐피털), 개발자 네트워크 등 소프트웨어까지 지원받으면서 창업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창조공간(Create Zone)'에는 친숙한 기업이 꽉 들어차 있었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네이버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부터 바이낸스 같은 신흥 테크 기업, LVMH, 로레알, BNP파리바 등 현지 대기업까지 이곳에서 회사의 미래 핵심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창업 기업을 키우고 있다. 스타시옹F를 거쳐 초기 스타트업에 이뤄진 투자만 2억5000만유로(약 3386억원)에 달한다. 또 VC부터 대학 인큐베이터까지 한 지붕 아래 모으면서 프랑스가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 스타트업 업계에서 신흥 강자로 부상하는 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타시옹F 명성을 활용해 프랑스는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창업가와 고급 정보기술(IT)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를 위해 과감한 제도 개혁도 실시했다. 대표적인 예가 스타트업 창업자와 근로자, 투자자들이 가족과 함께 4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비자 제도인 '프렌치테크 비자'다. 창업자의 국적, 나이, 학력을 따지지 않으며 신청하면 업무일 기준 7일 만에 비자가 발급된다. 제조공정 비용절감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오토미AI'를 창업한 갈렘 카요 씨는 "경험이 풍부한 창업자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스타시옹F 입주 시 큰 장점"이라면서 "유럽 창업 생태계에선 스타시옹F에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 일종의 신뢰와 주목도를 주기 때문에 기업가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5월 제32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 '용산 르네상스' 보고서를 통해 용산을 세계적 인재가 모이는 '시티 오브 용산'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세계적인 인재들은 '직주락(Work Live Play)'이 가능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는데, 용산은 서울 도심에서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점에서다. 용산에는 스타시옹F가 둥지를 튼 낡은 철도기지처럼 15만평에 달하는 철도정비창 공간이 있다. 용산이 스타시옹F를 롤모델로 참고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낸시 허시아 인시아드 기업가정신센터 총괄디렉터는 "효과적인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간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술, 인재, 펀딩(자본), 네트워크(멘토) 등이 모이는 사이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대학과 동문들 참여, 효과적인 프로그램 개설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파리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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