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원로 "노동개혁 더 못늦춰..관행·의식·제도 싹 바꿔야"

세종=양종곤 기자 2022. 7. 5.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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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장관 간담서 고언 쏟아내
임금·근로시간 두축 개혁에 공감
국민 공감없던 前정부들 반면교사
정책 일관성 지키며 사회적 합의를
중대법은 모호한 부분 개선 필요
"불평등 개선안 안보여" 쓴소리도
이정식(가운데)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노동 분야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고용노동부가 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노동분야 원로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이기권 전 고용부 장관을 비롯해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 문형남 전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박준성 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 원장,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등 원로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노동 개혁을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정책 외에도) 추가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의 관행·의식·제도를 (싹) 바꿔야 지속 가능한 노동시장을 구축해나갈 수 있다.” “노동 개혁이 왜 필요한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잘 살피고 외국의 사례를 국민들에게 잘 설명해 노사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노동계 원로들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방향에 대해 고언을 쏟아냈다. 노동계 원로들은 임금과 근로시간 개편이라는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노동 개혁의 선결 과제로 국민의 공감대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꼽았다. 노동 개혁이라는 난제 중의 난제를 풀어나가려면 무엇보다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정부가 노동 개혁의 선두에서 개혁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노동 분야 원로 초청 간담회를 열었다. 이기권 전 고용부 장관을 비롯해 김동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 문형남 전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박준성 전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 원장,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등 노동계 원로들이 참석했다. 이 전 장관과 김 전 위원장은 2015년 노동 개혁 과정에서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었다. 이정식 장관은 인사말에서 “우리 고용 노동 현실은 매 순간의 도전의 연속”이라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청년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빠른 고령화로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달 임금과 근로시간 제도 중심으로 한 첫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이달 출범하는 전문가 집단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만들고 고용부가 세부 과제를 다듬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노동 개혁의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하면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지금보다 경제 위기가 심화할 경우 노동시장이 더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렵다는 데도 공감했다.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청년 구직난, 저출산·고령화, 디지털화, 노동 전환 등 개혁 없이 해결이 불가능한 난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 중심으로 짜여진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기득권만 대변하면서 정작 보호받아야 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이 소외되는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는 일자리의 안정성을 해치고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대립적 노사 관계가 공고해 노사 스스로 해결 방안을 쉽게 찾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정책 방향이 노동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상황이다. 주 52시간 근로제의 연장 근로시간 단위 변경에 대해서도 경영계는 환영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근로를 부추길 수 있다며 반발이 거세다.

노동계 원로들은 정부가 노동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노동계와 사회적 대화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대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일회성 정책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일방적인 정책을 폈다가 실패한 전례가 많다.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부 때 9·15 노사정 대타협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일반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완화 등 일명 ‘양대 지침’을 추진하자 협약을 파기했다. 한 참석자는 “노동시장 개혁은 자체로도 굉장히 어렵고 파급력이 너무 크다”며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부처에서 발표하고 국회에서 (방향을) 다시 던지는 식으로 하면 (국민이 어떤 방향인지 헷갈리게) 노동시장 개혁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원로들은 노동 개혁의 한계도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대책이 개혁 방향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참석자는 “격차 문제는 정부의 고용정책을 쓰거나 차별 자체를 해소하는 정책을 생각할 수 있는데 노동 개혁 방향에 빠졌다”고 말했다. 고용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 방안이 담겨야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참석자는 “고용부 입장에서 굉장히 아픈 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도 노동계 원로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원로들은 중대재해법이 시행 6개월임에도 현장의 의식 변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제도가 일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한 부분이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필요할 경우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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