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요소수에 놀란 정부..활성탄 '긴급 수급조절물자' 지정
中 석탄·정수처리 수요 늘어
수출금지땐 대체물량 초비상
동남아産은 일본이 미리 확보
수입가격도 1년새 24% 올라
정부·수자원公 선제조치나서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긴급수급조절물자를 지정한 것은 2020년 마스크, 2021년 요소·요소수에 이어 활성탄이 세 번째다. 마스크나 요소수는 수급 문제가 터지고 시장에 '대란'이 일어난 후 긴급수급조절물자로 정해 늑장 대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활성탄은 예방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번 조치는 정부와 상수도를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협의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활성탄은 고도 정수처리시설에서 수돗물을 만들 때 최종 여과 과정에 사용된다. 활성탄에 있는 미세한 구멍이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활성탄 비축에 나선 이유는 정수 과정에 사용되는 활성탄을 전량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활성탄은 크게 두 종류인데 석탄을 활용해 만든 것과 야자 껍데기로 만든 것이 있다. 국내 정수처리장에서 사용하는 활성탄은 석탄을 사용해 만든 것으로 100% 중국산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세계 유가 상승 영향으로 중국이 내수용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고도정수처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때에도 수출을 제한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기준 활성탄 수입 국가별 비중을 보면 중국이 56.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필리핀(13%) 인도(10.4%) 등이 뒤를 잇는다. 활성탄 수입가격은 지난해 t당 2194달러에서 올해 5월 기준 2713달러로 24% 가까이 급등했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매년 수입해야 하는 활성탄 양은 1만4000여 t에 달한다. 고도 정수처리장에 사용된 활성탄의 85%는 재활용한다지만 3년마다 새 활성탄을 깔아야 해 매년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활성탄 수입이 막히면 요소수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중국에서 (정수시설용을) 전량 수입하는 상황이어서 비축을 늘리는 동시에 재활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정수처리장 400여 곳 가운데 활성탄을 사용하는 고도 정수처리 시설은 60곳이다.
이외에도 활성탄 수입이 막히면 큰 공장에서 대기오염 물질을 걸러내는 필터 공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질소산화물(NOx)을 비롯해 대기오염 물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이 활성탄 수출을 막으면 동남아시아산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활성탄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산 활성탄은 코코넛 껍데기를 태워 만드는 것인데 대부분 일본이 선계약해 수입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사용할 물량이 부족하면 대체 수입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요소수 사태 이후 대외 의존도가 높은 4000여 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200개 품목은 경제 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해 맞춤형 수급 안정화 방안 등 선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체 수입 품목 중 40%는 수입 공급망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전경운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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