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달궈진 슬레이트 판잣집은 '가마솥'.."올여름 어찌 버티나"

양희문 기자 2022. 7. 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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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이렇게 더운데 올해 여름은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크네요."

이어 A씨는 "15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데 여름만 되면 무섭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찬물로 씻는 데도 소용이 없다. 찜통보다 더한 곳"이라고 토로했다.

주민 B씨(70대)는 "집안에 있으면 푹푹 쪄서 숨도 못 쉰다. 차라리 밖에 나와서 가만히 있는 게 훨씬 낫다"며 "매 여름마다 이렇게 무더위를 버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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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수 들이마시고, 연신 부채질해도 역부족
좁은 방보다 바깥 더 시원해 길가로 나와
5일 오후 1시께 찾은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판자촌(해방촌).© 뉴스1 양희문 기자

(남양주=뉴스1) 양희문 기자 = “벌써부터 이렇게 더운데 올해 여름은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크네요.”

얇은 슬레이트 지붕은 뜨거운 햇볕을 막기 역부족이었다. 달궈진 지붕에서 내뿜는 열기는 창문도 없는 좁은 방을 휘감았다. 낡은 선풍기는 달달거리며 더운 바람만 내뱉었다. 답답한 공기로 인해 숨은 턱 막혔다.

5일 오후 1시께 찾은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한 판잣집이다. 이곳에 사는 A씨(60)는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3년 전 뇌졸중에 걸려 집안에만 있다는 A씨의 얼굴은 뙤약볕에 달궈진 것처럼 붉게 올라왔다. 그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연신 부채질을 하며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그럼에도 부족했는지 A씨는 “내가 몸이 불편해 밖을 나가지를 못해요. 아이스커피 하나만 사다줘요”라며 취재진에게 만원을 건넸다.

냉커피를 마신 뒤 A씨는 한결 나아졌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 A씨는 “15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데 여름만 되면 무섭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찬물로 씻는 데도 소용이 없다. 찜통보다 더한 곳"이라고 토로했다.

A씨 집 화장실. © 뉴스1 양희문 기자

A씨 집 주위로는 판잣집 30여 채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곳은 마석우리 해방촌이다. 이날 해방촌 골목에는 폭염을 피하러 나온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남양주의 낮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날이었지만, 이들은 “집안보다 바깥이 시원하다”며 의자에 앉아 부채질을 했다.

주민 B씨(70대)는 “집안에 있으면 푹푹 쪄서 숨도 못 쉰다. 차라리 밖에 나와서 가만히 있는 게 훨씬 낫다”며 “매 여름마다 이렇게 무더위를 버틴다”고 말했다.

주민 C씨(60대)는 “평소에는 길가에 나와 바람을 쐬면서 버티고, 너무 더우면 은행이나 읍사무소에 가서 에어컨 바람을 쐰다”며 “이곳 집들은 전부 낡고 오래돼서 더위에 속수무책”이라고 했다.

해방촌에서 한 어르신을 돌보고 있던 요양사 이모씨(68)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곳이 이곳이다. 이들 대부분이 기초수급자여서 에어컨 등을 설치할 여력이 안 된다”며 “지자체나 정부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줬으면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수는 782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338명, 2020년 173명, 2021년 271명(사망자 2명) 등이다. 올해는 경기 부천시 송내역 쌈지공원에서 50대 남성이 숨졌는데, 의료진은 일사병으로 추정하고 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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