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 "대기업 총수 만난다..자격 없다면 수용"

세종=유선일 기자 2022. 7. 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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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2.07.05.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위원장에 임명될 경우 대기업 총수들과 직접 만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규제개혁' 추진 차원에서 경제계와 활발하게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시책 등을 다루는 경쟁당국 수장인 공정위원장이 대기업 총수를 직접 만날 경우 이례적인 사례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에서 추진할 규제개혁에 대해선 대기업 총수 친족의 범위 축소, 기업결합 신고 면제 범위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기득권 규제'로 불리는 경쟁제한적 규제의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임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입법화를 추진했던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플법)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며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강한 추진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송 후보자는 5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위원장으로 임명될 경우 대기업 총수나 CEO(최고경영자)와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총수들은 만나겠다"며 "만나는 대상을 현재로선 제약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그분(총수)들도 생각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기업의) 실무자가 생각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며 "공정위 역할은 (경쟁법을) 집행하고 행정처분을 하는 것이라 목표는 다 같이 잘 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공정위원장에 임명될 경우 시장과 적극 소통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규제개혁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후보자는 이날 인사말씀에서도 "결국 성장은 민간 섹터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이 혁신을 통해 거듭나고 발전해 성장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정부는 제도를 설계하고, 규제를 완화하고,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공정위가 추진할 규제개혁에 대해선 "규제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제는 잘 설정이 되면 될수록 사회에서 신뢰를 받는다"며 "공정위의 규제도 기업 활동에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이 정도는 하고 있어야 모두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구나'라는 신뢰가 쌓이게 되면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송 후보자는 또한 "(공정위) 규제의 대부분이 재벌그룹이나 대기업,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경제주체의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조금 더 설득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필요하면 개선을 하면서 사회적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2.07.05.

공정위가 추진할 핵심 규제개혁 과제로는 대기업집단 총수의 친족 범위 축소, 기업결합 신고 면제 범위 확대를 꼽았다. 현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친족은 '총수의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로 규정됐다. 그러나 재계에서 "일면식도 없는 먼 친척의 현황까지 어떻게 다 파악하란 말이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공정위는 친족의 범위를 '4촌 이내의 혈족 및 3촌 이내의 인척'으로 좁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울러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대상 범위를 좁히거나 심사절차 자체를 간소화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송 후보자는 "경쟁을 제한하는 여러 규제가 있는데 이를 과감하게 혁신하고자 한다"며 '경쟁제한적 규제 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낼 계획임을 밝혔다. 경쟁제한적 규제는 기득권 이해관계 때문에 독과점이 유지돼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의미한다. '보증보험'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현재 '주택 분양 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주택 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서울보증보험이 과점하는 상태다. 공정위도 이런 독과점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개혁을 추진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송 후보자는 규제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과 별개로 대기업 등 민간의 '반칙'에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송 후보자는 "시장경제가 경제 강자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변질되면 시장경제 활력을 저해·상실하게 된다"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 독과점 기업이 마음대로 하게되면 시장경제를 못 이끈다"고 했다. 이어 "총수일가의 사익 추구, 대기업 계열사의 편법 등도 역시 시장경제 활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며 "사업자 간 경쟁을 차단하는 담합도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막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2.07.05.

문재인 정부 시절 공정위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이번 정부가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해서 재벌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공정위 역할에 있어) 본질적인 부분은 변한 것이 없고 변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굳이 재벌개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된다, 이번 정부에서도 재벌개혁을 할 것"이라며 "재벌그룹의 내부 반칙행위에 엄정 대응해 이해관계자 등에게 피해를 주고 총수가 이익을 얻는 부분에 대해선 엄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송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때 공정위가 입법화를 추진한 온플법에 대해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온플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입점업체와 거래할 때 반드시 계약서를 작성·교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온플법을 발의했지만 정부 부처 간 이견이 불거지고 국회 논의에 진전이 더뎌 입법화가 지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를 추진하기로 하면서 온플법 입법화는 탄력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자율 규제 쪽으로 이전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정리한 것 같다"며 "온플법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고 이 문제는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는 지난 2014년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 제자의 외모에 등급을 매기는 등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데 대해선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후회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너무나 잘못했다"며 "이것 때문에 (공정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결론이 내려지거나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송 후보자는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88년 서울대 법과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94년 23기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사법연수원 시절 행정고시(36회), 외무고시(27회)에 합격하며 이른바 '고시 3관왕'을 달성했다.

이후 송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에서 법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2년 9월부터 약 5개월 동안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서울대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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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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