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신동 아니었던 허준이 교수, 필즈상은 어떻게 받았을까
한국계 수학자로서 사상 처음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교수(39)는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의 미국 유학 시절에 현지서 출생했다.
현재 허 교수는 미국 국적자다. 하지만 두 살 때 부모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뒤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한국에서 다녔고 서울대에서 공부해 국내파이기도 하다.
사실 허 교수는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드러내는 ‘수학 신동형’은 아니었다. 허 교수의 초등학생 때 수학 성적은 특출나지 않았다고 한다.
고등학교 자퇴 후 검정고시를 본 허 교수는 2002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해 서울대 대학원 수리과학부에서 석사를, 미국 미시건대 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런 그의 인생을 바꾼 건 학부 시절 들었던 한 강의였다. 학부 졸업반 때 서울대의 노벨상급 석학초청 사업으로 초빙된 일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91)의 강의를 듣게 되면서다. 히로나카 교수는 1970년 필즈상을 받은 일본의 대표적인 수학자다.
히로나카 교수와 점심 때 수시로 만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20대 중반에 본격적인 수학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한번 불붙은 허 교수의 수학자로서의 비범함은 특별한 결과를 만들었다.
허 교수는 박사과정 1학년 때인 2012년 수학계에 난제인 리드(Read) 추측을 시작으로 강한 메이슨(strong Mason) 추측, 다우링-윌슨(Dowling-Wilson) 추측 등을 하나씩 증명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7년쯤에는 그의 수학자로서의 입지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점을 학계에서 인정 받기 시작했다.
허 교수는 ‘조합 대수기하학’을 통해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 필즈상을 받았다.
이는 1차·2차 다항식으로 직선이나 평면, 타원 등을 표현하는 ‘대수기하학’을 통해 특정 결과에 이르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조합론’을 탐구하는 새로운 수학 분야다. 수학자들은 허 교수가 그동안 따로 발전해온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한다. 허 교수가 해결한 수학계의 난제는 모두 11개에 이른다.
특히 허 교수의 연구는 단순히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수학계에선 향후 정보통신(ICT)이나 반도체 설계, 물류, 기계학습, 통계물리 등에 허 교수의 연구가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검색 기술은 허 교수가 연구에 활용한 방법 중 하나인 ‘조합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수상 뒤 허 교수는 “수학은 개인적으로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도 받으니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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