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현장 '소리없는 아우성'
사측 "하청지회의 노조 인정 어렵다"..3500억 손해 발생
(거제=뉴스1) 강대한 기자 = “누구십니까? 어디서 오셨어요?”
세계 최대 규모 조선사업장을 자랑하는 ‘대우조선해양’ 현장에 울려야 할 작업소리 대신 빨간 머리띠를 둘러맨 노동자가 신원을 확인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노동자를 만난 곳은 대우조선의 1도크(건조 공간). 이 도크는 길이 530m, 너비 130m, 약 6만8900㎡로 축구장 9개에 달하는 크기다. 선박 4척을 동시에 만들 수 있는 대우조선 안에서도 가장 큰 도크다.
1도크 입구에 터널 모양처럼 생긴 노란 철골 구조물 안에서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양옆으로 앉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들 사이를 지나 1도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1도크 바로 앞에도 플래카드를 그늘막 삼아 조합원들이 앉아 있었다.
어림잡아 100여명의 조합원은 대부분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대화를 나누는 등 각자 행동하고 있었으며, 따로 투쟁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비노조로 보이는 직원들도 비교적 자유롭게 이곳을 지나다녔다. 폭염 때문인지 현장은 다소 생기가 없어 보였다.
도크 안에 건조중인 30만톤급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안에 조합원 7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중에도 선박 가장 아래 가로·세로·높이 1m의 철골 구조물 안에 스스로 들어가 있는 노동자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어디서 오셨어요”라고 물었다. 1도크 앞에 앉아 있던 조합원 중 1명이었다. 취재차 찾았다며 소속을 밝히자 자신은 거통고하청지회 안준호 부지회장이라고 설명했다.
거통고하청지회는 지난 6월 2일부터 파업에 돌입해 18일 1도크를 점거했다. 같은달 22일에는 유최안 부지회장이 스스로 철 구조물 속으로 들어갔다. 신장 180㎝가량인 유 부지회장은 이 안에서 14일째 도시락을 먹고 기저귀로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있다.
안 부지회장은 “파업의 핵심은 거통고하청지회의 노동조합 인정 부분이다”면서 “임금 30%인상 요구도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철창 속의 유 부지회장과는 직접 만날 수 없었으며 전화로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전화 통화에서 “원청은 하청 뒤에 숨어서 지시하고 갈등을 키워서 논란거리만 만들려고 한다.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산업은행도 모르쇠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우리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은 강대강의 대치 밖에 없다. 대화로 풀어가자고 했는데 회사가 이런 식으로 대응해서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에 원청인 대우조선 측은 거통고하청지회의 지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청 관계자는 “백번 양보해서 대우조선하청지회라면 어떻게든 회사도 고민을 해보겠지만, 거통고하청지회 조합원은 맞지만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닌 분들을 어떻게 인정하느냐”고 반문했다.
하청노동자들은 통상 거제지역 양대 조선소를 옮겨가며 근무하곤 한다. 회사측은 대우조선의 직원이 아닌 조합원들이 소속된 노조의 사무실을 사내에 만들어 줄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 하청지회 지회장과 사무장 등은 대우조선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대우지회 도규환 현장책임자연합회 회장은 “임금 인상도 단계가 있다. 개별 하청업체가 인상하면 원청과 기성금에 대해 조정하곤 한다”면서 “임금 30% 인상도 무리한 요구다. 98%가 근로계약을 마쳤는데 지금 파업에 참여하는 1%만 임금을 30% 올린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토로했다.
현재 하청업체 직원들 대부분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7.2%의 임금을 인상했다. 원청의 임금인상분은 1%다. 100여개의 사내하청업체 기성금도 올해 평균 3% 등 매해 인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도 회장은 “회사는 절단·블록조립·진수 등 5개 공정별로 작업을 진행할 때 마다 선주사로부터 할부금처럼 돈을 받는데, 지금 철판살 돈도 없는 유동성위기까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원청노조)에 소속된 조합원 1500여명은 최근 사내에 모여 “거통고하청지회의 불법파업을 중단하라”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대우조선에 총 7개의 도크에 20여척의 배가 건조 중인데, 후반부 작업인 진수작업에서 1도크가 점거됨에 따라 연쇄적으로 건조 작업이 지체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도 기일을 지키지 못해 지체 배상금 등을 부담해야할 수순이다.
하청지회의 파업이 한 달을 넘기면서 대우조선은 현재까지 3500억원 상당의 매출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ok18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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