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발 에너지위기에 석탄 비중 늘리는 주요국들.."올해 석탄 수요 최고치"

노정연 기자 2022. 7. 5. 17: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 23일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주 손바드라의 한 탄광에서 근로자가 물을 뿌리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국들이 앞다퉈 석탄 사용을 늘리고 있다. 세계적 ‘탈탄소’ 바람과 함께 퇴출 위기에 놓였던 석탄이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다시 주요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최근까지 기후변화 대처에 목소리를 높였던 세계 주요국들이 안정적인 에너지원 수급과 전력 공급을 위해 석탄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망에 직격타를 맞고 있는 유럽이 석탄 소비 확대를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하던 천연가스 물량을 줄이며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러시아의 수입원 차단을 위해 석유 수입을 줄인 것도 에너지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30년까지 석탄발전 완전 퇴출을 약속한 독일은 석탄을 이전보다 더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독일은 지난달 19일 석탄 화력발전소 재가동과 가스 소비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에너지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러시아의 가스 차단이 독일의 탈탄소 정책을 되돌린 셈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석탄의존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가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자국 가스 공급량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전력난 위기에 내몰린 프랑스도 지난달 26일 3월 말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발전소를 다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도 석탄 발전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 전문가인 알렉스 음시망은 WSJ에 “EU가 러시아보다 석탄을 택한 결과”라고 말했다.

로버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에너지 장관이 6월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에너지 비상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른 폭염과 높은 전력수요로 대규모 정전 위기를 우려하는 미국도 일부 지역에서 석탄 전력 사용을 늘리고 있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은 지난해 에너지 부족으로 전국적인 정전 사태가 발생하면서 석탄연료 생산과 발전을 확대하는 추세다. 인도도 에너지 수요 증가에 따라 석탄발전 의존을 높이고 있다.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사회경제진보센터는 지난 4월 인도의 석탄 발전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석탄 소비 증가와 맞물려 채굴량도 많아지는 흐름이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지난해 석탄 채굴량이 10% 증가했고, 올해에도 10%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석탄 사용은 지난 10년 동안 주요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감소해왔다. 보다 환경 오염이 적은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 등 재생 에너지원이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부족 사태와 폭염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로 석탄 사용 비중이 다시 급증하게 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세계 석탄 수요가 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석탄 수요 급증은 석탄 가격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탈탄소 바람과 함께 새로운 광산과 화석 연료 자원에 대한 투자를 줄이며 공급이 축소된 상태에서 각국이 석탄 구매 경쟁이 벌어지며 석탄 가격을 자극한 것이다. 아시아의 주요 공급업체인 호주 뉴캐슬 항구의 현물 석탄 가격은 지난달 처음으로 톤당 400달러를 돌파했다. 석탄 가격 상승이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2021년 11월 13일(현지시간)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식에서 알록 샤르마 COP26 의장(가운데)이 집행위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Gettyimages/이매진스

기후 운동가들은 유럽과 아시아의 석탄 사용량 증가가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각국의 기후변화 지침 이행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2030년대까지 석탄 발전을 감축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단계적 석탄발전 감축 약속은 수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은 천연가스를 태울 때보다 약 2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석탄의 부활은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려는 국제적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