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물리학자부터 운동선수까지 무차별 체포..'엘리트층도 언제든 체포' 공포심 확산
최근 러시아의 저명한 물리학자와 경제학자, 운동선수가 잇따라 체포되면서 체제 수호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비치면 엘리트층이라도 언제든 체포될 수 있다는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저명한 양자광학자 드미트리 콜케르(54)는 지난 2일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의 한 병원에서 암 투병 중이던 그를 지난 30일 연방보안국(FSB)이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 모스크바로 이송한 지 이틀 만이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콜케르가 기밀정보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아들 막심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FSB가 아버지를 죽였다”면서 “그들은 우리 가족이 임종도 하지 못하게 막았다”고 말했다.
콜케르가 체포된 날 러시아 행정관료의 산실로 불리는 국민경제·국가행정아카데미(RANEPA)의 블라디미르 마우 총장(62)도 경찰에 체포됐다. 마우 총장은 가택 연금 상태에서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이어 지난 1일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러시아 아이스하키계의 신성 이반 페도토프(25)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훈련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정체불명의 남성들에게 체포됐다. 4일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페도토프는 병역기피 혐의로 체포됐으며 해군 훈련소에 입소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들이 각각 반역(콜케르), 비리(마우), 병역기피(페도토프)의 죄를 저질렀다고 밝혔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SB는 중국에서 열린 국제 컨퍼런스에서 콜케르가 한 강연을 문제 삼았으나 이는 FSB의 승인을 받은 내용이었다. 마우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러시아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가즈프롬의 이사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온 학계의 거물이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대학 총장 260명이 발표한 전쟁 지지 선언에도 서명했다. 페도토프가 체포된 것도 그동안 러시아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면제가 관례였던 점을 고려할 때 석연치 않다.
뉴욕타임스는 “충분히 애국적이지 않은 러시아인들이 한사람씩 체포되고 있다”면서 친서방 성향의 “쓰레기와 반역자”들을 청소해야 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16일 고위 관리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진정한 애국자들을 쓰레기와 반역자들로부터 구분해 솎아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마우 총장은 특정 교수들을 해고하라는 크렘린과 FSB의 요구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 내 자유주의적 경제학파를 대표하는 마우 총장이 체포된 것은 러시아의 국가주도 경제 기조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경제 기조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경제제재 이후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페도토프가 지난 5월 미국 아이스하키팀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와 계약하고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며 “(미국 진출은)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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