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직협 "직협과 대화 안한다는 행안부 장관, 자기만 옳다는 편협"

조해람 기자 2022. 7. 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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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들이 지난 4일 서울 서대문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소속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삭발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경찰국 신설 등에 반발하는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직협)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 직협과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하자 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선 경찰관들을 대표하는 조직에 정치색을 덧칠해 편가르기를 한 뒤 경찰 통제안을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여익환 서울경찰청 직협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직협은 법으로 정해진 협의체이고 선출직으로서 동료들을 대표한다는 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현장경찰을 대표하는 직협과 만나는 게 소통의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안성주 전 울산경찰청 직협 회장도 “와서 이야기를 듣고 대화하기는커녕 전혀 듣지 않고 장관 자신의 말만 옳다는 편협한 생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직협의 주장이 ‘정치적’이라는 이 장관 주장도 반박했다. 여 회장은 “직협이 요구하는 (경찰국 원점 재검토 등의) 내용들은 조직 이기주의가 아니라 국민 앞에 떳떳한 경찰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통제를 안 받겠다는 게 아니라 민주적으로 받겠다는 것이고 행안부의 추진안도 법적 절차대로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회장은 “정치적 성향을 띠고 있다고 단정짓고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직협을 포함해 현장 경찰 전체를 안좋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5일 서울 서대문구 국가경찰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일선 경찰관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충청권의 한 직협 소속 경찰관은 “직협이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증거를 대라. 13만 경찰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지금 이 장관은 경찰이 자기 부하라고 생각하지 않나. 본인 주장대로라면 부하들이 삭발 시위를 하고 있으면 창피한 줄 알아야지, 창피한 줄도 모르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어 “60년대 경찰을 생각하는 것 같다. 장관의 말에 대꾸할 가치도 못 느낀다”고 했다.

경찰 지휘부와 정치권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 회장은 “직협은 법의 허용 범위 안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모두 했다. 이제는 경찰 지휘부와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더 이상 직협을 사지로 내몰면 안 된다. 우리가 현장에 돌아가서 동료랑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직협의 행동이 순수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직협은 일부 정치 세력의 주장에 편승하고 있으며 ‘경찰 장악’이라는 견강부회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직협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굳이 제가 직협하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직협 회원들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안에 반발해 삭발과 단식 등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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