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 '대출 폭탄' 터질라

전슬기 2022. 7. 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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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보다 비은행권, 담보보다 무담보대출 '위험'
비은행권 부동산PF 대출 3년새 94.3% 급증
저축은행·여전사 가계대출 60∼70% 취약차주
클립아트코리아

경제 불안에 따른 금융 부실은 가장 약한 곳부터 터질 전망이다. 부실은 은행권보다 비은행권, 담보대출보다 무담보대출부터 위험이 커진다. 이에 금융당국이 비은행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가계대출을 점검하고 나섰다. 비은행권 부동산 피에프대출은 3년새 94.3% 급증했으며, 저축은행·여전사 가계대출의 60~70%는 취약계층에 집중됐다.

고물가 대응으로 기준금리가 빠르게 올라가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피에프대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개발 사업에서 발생할 미래 가치를 보고, 자금을 미리 빌려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호황에 비은행권 부동산 피에프 대출 규모는 2018년 말 40조2천억원에서 2021년 말 78조1천억원으로, 3년새 무려 94.3% 급증했다. 업권별 대출 증가율은, 여전사가 146.8%에 달하며, 그다음이 보험사(87.5%), 저축은행(78.8%), 증권사(73.8%) 등의 순이다.

문제는 부동산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개발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미래 현금 흐름’도 꼬이면서 대출도 당연히 부실에 빠진다. 최근 지방에서 시작한 ‘미분양 공포’가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약 1만호 수준이었으나, 올해 들어 약 2만호로 올라섰으며, 서울 또한 지난 5월 기준 미분양 주택이 688호로 전월(360호)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한겨레>에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미래 가치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불확실해지면 수도권 외곽부터 미분양이 나오면서 대출 부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피에프는 파생상품도 줄줄이 엮여 있어 부실이 도미노식으로 번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피에프 관련 채무 보증 및 유동화 증권 규모는 75조7천억원에 달한다. 신용상 연구위원은 “부동산 피에프는 파생상품도 만들어 투자를 받는데, 관련 채무보증과 부동산담보단기어음 등 유동화 상품도 시장 불안시 증권사 유동성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의 또 다른 약한 지점은 취약계층 대출이다. 금융당국은 비은행권 가계대출에 대한 경계심도 높이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과 여전사가 우려되는 곳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대출 중 취약계층(다중채무·중저신용·중저소득) 비중은 78.9%며, 여전사는 해당 비중이 64.6%다. 오는 9월 말 소상공인 금융지원 조처가 종료되고, 비자영업자들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질 경우 저축은행과 여전사에서 대거 부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여전사는 위험 징후가 엿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케이비(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엔에이치(NH)농협카드 등 8개 카드사의 지난 5월 기준 카드 대환론 잔액은 9821억원으로, 지난해 말(9035억원)보다 10%가량 늘었다.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카드 대환론 잔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고객 수가 늘었다는 의미다. 엔에이치(NH)농협카드을 제외한 7개 카드사의 리볼빙(결제금액 이월) 잔액도 지난 5월 6조4165억원으로 지난해 말(6조823억원)보다 5.5% 증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경고에 나섰다. 이 원장은 이날 여전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모든 피에프 대출에 대한 사업성 평가를 하는 등 기업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기업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사의 가계대출은 취약차주가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으로 금리 상승 시 건전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으므로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 취급 관행을 정착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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