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몰랐는데, '개식용 논의' 또 연장.."정부 종식 의지 있나"
'사회적 논의기구' 7개월간 결론 못 내고 2번째 기한 연장
운영 기한도 안 정해.."무작정 연기, 실망 넘어 분노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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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정부가 구성한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가 6월 말 운영 기한을 넘기고 또 다시 연장을 발표했다. 지난 5월초 2개월을 연장한 것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에는 운영 기한도 따로 정하지 않아 정부가 개 식용 종식 결론을 도출할 의지가 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이하 위원회·위원장 정광호)의 운영을 지속하고 기한을 별도로 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4일 밝혔다. 농림부는 “위원회가 그동안 17차례(전체회의 8회, 소위원회 9회)에 걸쳐 회의를 열어 개 식용 종식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인식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종식 시기, 종식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 등에 대해서는 아직 이견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연장 사유는 위원회가 지난 5월초 1차 연장을 결정하며 밝힌 사유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내용이다. 두 달간의 추가 논의에도 진전된 사항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위원회는 지난해 9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개 식용 금지 검토 지시’ 발언을 계기로 12월 출범했다. 당초 계획은 4월까지 개 식용 종식의 절차와 방법을 결론 짓고, 국민 소통 방식을 논의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러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진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위원회는 기본적으로 논의 상황을 모두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다. 농림부 이진 개식용문제 TF 팀장은 “개 사육 등 업계 현황조사, 개 식용 관련 국민인식조사 등은 올초에 완료했다. 위원회는 조사 결과가 중간에 발표되면 논의가 흐트러질 것을 우려해 최종 합의 도출과 함께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개 식용 종식 시기를 두고 육견업계와 동물보호단체가 8~15년을 두고 맞서고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는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위원회 운영 기한을 다시 연장하며 두 달간의 ‘공회전’이 이 시기 조정 때문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한 관계자는 이러한 부정확한 보도가 오히려 개 식용 종식이라는 위원회의 운영 목표를 흐린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개 식용 종식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주체가 되어 논의가 시작된 일이다. 이해 당사자들끼리의 대립 때문에 논의가 지체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 중심은 정부가 되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국민적 관심사임에도 7개월간 구체적인 진행상황이 공유되지 않고, 여전히 개 식용 논의가 ‘합의’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성호 한국성서대 교수는 “지난 30년 간의 개 식용 논쟁은 ‘사회적 합의’라는 명목 뒤에 숨어 있었다. 국민적 바람과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반영한 사회적 논의기구라면 이제 구체적인 실행 단계를 제시해야 하는데 여전히 구체적 내용없이 무작정 논의 기한만 연장했다. 정부가 개 식용 종식 의지가 있는지 실망을 넘어 분노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올해는 국민 모두가 사회적 논의기구의 결론을 기다리며 여름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런 개선 없이 초복이 다가왔고, 개들은 계속 희생되고 있다. 하루 빨리 정부는 속도를 내서 위원회 차원의 개 식용 종식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위원회 운영 이후 가장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개 식용 법제화에 찬성하는 사람은 10명 중 6명에 달했다. 최근 강원대 동물법센터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서울대 천명선 수의대 교수팀이 공개한 개 식용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이 개 식용 법제화를 찬성한 이유는 ‘사회의 인도적 측면을 반영해야 한다’(61.5%)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사회가 동물을 배려하는 것이 국제 기준’(51.0%)이라는 것과 ‘현행법상 식용산업 규제가 어려워 추가 규정이 필요’(42.7%) 하다는 이유가 뒤따랐다.
또한 개 식용은 더 이상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개 식용을 경험한 사람은 21.7%, 향후 먹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12.9%에 그쳤다.
천 교수는 “국민 다수가 개 식용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에도 응답자의 51.9%는 개 식용이 계속될 거라 답했다. 지속되는 지리한 논쟁으로 인해 변화에 대한 믿음이 약해져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개고기를 둘러싼 생산, 문화, 보건 윤리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이제 정부가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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