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첫 필즈상 수상]"겸손하고 따뜻하지만, 완벽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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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교수)는 2002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다.
그때 즈음 서울대에서 노벨상급 석학 초청사업을 시작했고 1970년 일본의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대와 한국 수학계의 연구 역량이 없었다면 허 교수의 오늘이 있었을까 싶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구과 강의를 했으며, 2002년부터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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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고등과학원 교수)는 2002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입학했다. 다행히도 일찍부터 본인의 재능을 깨닫고 3학년 때부터 수학과 수업에만 집중했다. 2002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서울대로 자리를 옮긴 필자는 처음 맡은 고급수학 강좌에서 유독 차분하고 강한 집중력을 보이던 인상적인 한 학생을 눈여겨봤다. 인연은 이어져 허 교수가 석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5년간 지도교수를 맡게 됐다.
허 교수는 2007년 서울대 수리과학부 석사과정에 입학해 본격적인 대수기하학 연구를 시작했다. 그때 즈음 서울대에서 노벨상급 석학 초청사업을 시작했고 1970년 일본의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당연히 학생들에게 히로나카 교수의 강의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하루는 히로나카 교수와 환담하면서 눈에 띄는 학생이 있냐고 물었더니 한 명이 있다고, 정말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그가 바로 허 교수다.
허 교수가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기는 했으나 한국에서 시작한 연구를 계속했다. 박사과정에 있는 동안 서울대에서 시작한 특이점의 ‘밀너 수’에 관한 연구를 계속했고, 이를 채색 다항식에 관한 연구로도 확장해 2012년 ‘미국수학회지’에, 2014년 ‘듀크 수학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의 결과를 얻었다. 이로 인해 2014년 미시간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기 전부터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한국 교육이 배출한 수학자 허준이
허 교수의 성공에는 본인의 ‘재능’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부 언론에서 허 교수가 어릴 때 ‘수포자’였다고 하는데 이 말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실이 아니다. 수포자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단번에 합격하는 것이 가능할까. 수포자가 서울대의 수학 강의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일 수 있을까. 필자가 20년간 지켜본 허 교수는 누구보다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필자는 서울대, 미국 예일대, 스탠퍼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여러 명의 필즈상 수상자를 직접 만났다. 허 교수의 집중력과 재능은 단연 최고 수준이다.
허 교수는 연구도 뛰어나지만 완벽한 강연과 수려한 글쓰기까지 갖춘 보기 드문 수학자다. 그의 글과 강의는 쉽고 명확하고 잘 정리돼 있다. 또한 겸손하고 따뜻해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이끌어낸다. 한편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는 한없이 엄격해 모든 것이 철저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밤잠을 설치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한국 수학자에 대한 애정도 넘친다. 지금까지 너무 잘 해주었지만, 이제 여러 갈래의 연구 방향마다 적절한 팀이 꾸려져 더 체계적으로 발전된 성과를 양산할 것을 보이고 있다.
허 교수의 성공에 많은 사람의 조력이 있었다. 한국에서 자랐고 교육받았다. 우리의 세금으로 교육했고 우리 시스템을 발판으로 도약했다. 서울대와 한국 수학계의 연구 역량이 없었다면 허 교수의 오늘이 있었을까 싶다. 오늘의 허 교수의 성공은 앞으로 한국 수학계가 배출할 수많은 성공 사례의 시작이 될 것이다.
※필자소개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허준이 교수의 학사와 석사지도 교수다. 1993년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미국 예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연구과 강의를 했으며, 2002년부터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대수기하학으로, 2009년 젊은과학자상, 2014년 이달의과학기술자상, 2017년 디아이수학자상을 수상했다.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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