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필즈상] 뒤메닐 코팽 "확률은 복잡한 우리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

헬싱키=이채린 기자 2022. 7. 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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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필즈상 수상자 위고 뒤메닐 코팽 교수 인터뷰
위고 뒤메닐 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국제수학연맹 제공

2022년 필즈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위고 뒤메닐 코팽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이자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는 “확률은 복잡한 우리 세계를 이해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뒤메닐 코팽 교수는 이달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막한 세계수학자대회(ICM)에 앞서 지난 6월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리 현실 세계에서 ‘확률’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뒤메닐 코팽 교수는 쉽게 이야기하면 확률을 연구하는 수학자다. 한국 교과 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확률은 이번 필즈상 수상자들의 연구 분야 중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개념일 것이다. 뒤메닐 코팽 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해 확률에 대한 생각부터 필즈상 수상 소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물리학과 이어지는 확률

뒤메닐 코팽 교수는 만 37세의 나이에 작성한 논문만 벌써 50개에 가까울 정도로 그야말로 연구 결과를 쏟아내는 수학자다. 그는 이미 4년 전부터 전 세계 많은 수학자가 필즈상을 받을 것으로 점치는 수학자였다. 그는 “수상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도 큰 영광이었다”면서 “대중과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계속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분야인 확률은 최근 수학계의 화두다. 마구잡이로 일어나는 각종 물리 및 사회 현상을 계산하고 완벽히 예상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확률로 접근하는 시도가 나날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꼭 이렇게 현실에서 쓰이지 않더라도, 수학에서는 더 깊고, 복잡하게 확률이론을 체계화하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뒤메닐 코팽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물리학에서 많이 사용된다. 그는 ‘격자 모형’에 관심이 많다. 사각, 육각 등의 격자 위에 수많은 입자가 있다고 보고 입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률적으로 설명하고 증명한다. 물리학에선 무작위하게 움직이는 입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따라 다른 성질이 나타나기 때문에 확률을 통해 그 비밀에 다가갈 수 있다.

뒤메닐 코팽 교수는 3, 4차원에서의 이징모형에 관해 수십 년간 풀리지 않던 난제들을 해결한 업적을 인정받아 필즈상을 받게 됐다. 특히 4차원 유클리드 공간에서 자명하지 않은(상호 작용하는) ‘양자장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놀라운 방법으로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그는 “어떤 증명을 할 때, 집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직감을 믿는 편이다”라면서 “직감은 아무것과 연결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올바른 길로 안내할 때가 있다”고 밝혔다.

○ 기본으로 돌아가기

뒤메닐 코팽 교수는 프랑스 파리11대(파리-쉬드대)를 다닐 때 수학자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특히 프랑스 수학자 장 프랑수아 르 갈의 ‘일반 확률’ 수업과 2006 필즈상 수상자인 벤델린 베르너의 ‘통계 물리학’ 강의가 그가 확률을 전공으로 결심하게 이끌었다.

“어떤 물체의 움직임을 예측하려면 이 물체의 움직임을 모델링합니다. 이 움직임이 너무나도 랜덤하게 일어나 정확하게 추적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확률로 전환해 살펴보죠. 그러면 움직임의 전형적인 동작이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양자 물리학처럼 작디작은 세계를 이해할 때 확률은 기본입니다.”

그러나 뒤메닐 코팽 교수는 “실망시켜서 미안하지만, 내 연구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과학의 세계엔 단순히 생각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사람과, 이론을 유용한 것으로 바꾸는 놀라운 능력이 있는 사람이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전자의 유형입니다. 내 발견 중 일부가 다른 과학자들에게 전해져 사회에 적용돼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기 바랍니다.”

재밌게도 뒤메닐 코팽 교수는 어렸을 적엔 ‘수학’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는 “부모님이 오히려 저를 스포츠, 음악,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노출시키려고 굉장히 노력했다”면서 “똑똑함은 수학연구를 할 때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수학을 기술적으로 잘 하는 것은 좋은 수학 연구와 큰 상관이 없습니다. 창의력이 오히려 기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이론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는 종종 새로운 증명 또는 새로운 관점으로 이어지거든요.”

확률을 연구하는 전 세계 수학자들 사이 뒤메닐 코팽 교수는 ‘인싸’ 교수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학회에 자주 참석해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기고, 공동 연구를 추진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수학자를 떠올리면 혼자 연구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만, 오늘날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수학자들이 공동연구로 대부분 문제를 해결한다.

“나는 정말 수학이 다른 수학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여행이라고 믿는 사람입니다. 동료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토론하고, 때로는 말다툼을 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없습니다. 전에 낸 아이디어의 잿더미에서 더 강력한 일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때 얼마나 멋지던지요. 나는 협력이 때때로 틀린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공동연구는 훌륭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그의 대학원 지도 교수인 러시아 수학자 ‘스타니슬라프 스미르노프’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 또한 그의 공동 연구자이자 2010 필즈상 수상자다. 스승에 이어 제자도 수학계의 최고 영예를 받게 된 셈이다. 뒤메닐 코팽 교수는 “스미르노프 교수는 수학의 우아함을 내게 알려준 사람”이라며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 “수학 교육에서 실수 허용해야”

수학교육에 관해서도 그는 “전 세계에서 수학 교육이 더욱 중요해지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필즈상을 수상하는 것이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논평할 권리를 가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온라인, TV 등 개인이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고 좋은 정보를 분류할 수 있는 도구가 중요하다. 수학은 이 도구 중 하나다”라고 했다.

또한 “교육 과정에서 수학을 가르칠 때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수를 해야 내가 무얼 잘못 알고 있는지 배울 수 있고, 실수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는 창조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학자들은 수많은 실수를 하고, 수학교육에서 실수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수학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짧은 시간, 많은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내야 하는 한국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필즈상을 탄 이후에도 나는 계속 많은 논문을 쓸 겁니다. 한 문제가 풀리면 거기서 이어져 또 다른 문제들이 나타나고, 또 해결하고 싶기 때문이죠. 심지어 아직도 이해하고 싶은 게 세상에 너무 많습니다. 이것이 나를 어디로 이끌지 누가 알겠습니까?”

위고 뒤미닐 코팽(Hugo Duminil-Copin)

△1985년 프랑스 샤뜨네-말라브히(Châtenay-Malabry) 출생

△2007년 파리 11대학교(파리-쉬드 대학교) 수학과 석사 졸업

△2008년 파리고등사범학교 졸업

△2012년 스위스 제네바대학교 수학과 박사 졸업 및 박사 후 연구원

△2013년 오버볼파흐 상

△2013년~현재 제네바대학교 교수

△2016년 유럽수학회 상

△2016~현재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2017년 브레이크스루상 뉴 호라이즌

△2018년 2018 세계수학자대회 초청연사

△2019년 아카데미아 유로파에아 회원

△2019년 도브러신상

[헬싱키=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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