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필즈상]제임스 메이나드 "소수는 모든 수의 원자이다"

헬싱키=김미래 기자 2022. 7. 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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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수상자 제임스 메이나드 인터뷰
4일 오후 8시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마르키 호텔로비에서 수학동아와 인터뷰를 나눴다. 제임스 메이나드는 2022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필즈상을 수상했다. 수학동아DB

“모든 수는 1과 소수의 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소수는 모든 수의 기본이 되는 ‘원자’입니다. 그래서 단순해 보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런 점이 제가 소수에 매력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2022년 필즈상 수상자인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달 17일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소수의 매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메이나드 교수는 “대수기하학의 선구자인 알렉산더 그로텐디크 같은 위대한 수학자와 같은 상을 탄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는다. 훌륭한 후보들 사이에서 제가 뽑힌 것은 정말 행운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덧붙였다.

메이나드 교수는 수의 본질을 탐구하는 정수론, 특히 소수에 관한 연구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2년 필즈상을 수상했다. 필즈상은 만 40세 이하의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상이다.

 

메이나드 교수가 세계수학계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건 2013년 쌍둥이 소수 추측에 의미있는 결과를 내면서다. 쌍둥이 소수 추측은 3과 5, 5와 7, 11과 13처럼 소수 사이의 간격이 2 차이가 나는 소수 쌍을 쌍둥이 소수라 하는데, 이 쌍둥이 소수가 무한하다는 추측이다. 이 추측은 정수론에서 가장 큰 미해결 문제이다.

메이나드 교수는 “당시 1년 전부터 쌍둥이 소수 추측을 연구 중이었는데, 이탕 장의 연구 결과를 보고 내 접근이 의미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와 나의 해결 방법이 달랐다는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당시의 상황을 회상했다.

이탕 장은 2013년 소수 사이 간격이 7000만 차이가 나는 쌍이 무한하다는 것을 밝혔고 이 간격을 2까지 줄이면 쌍둥이 소수 추측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메이나드 교수는 소수 사이 간격을 600까지 줄인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이탕 장은 샌드위치 가게 점원과 레스토랑 배달부로 일하던 중 난제의 풀이를 발전시켜 대중의 시선이 그에게 더 쏠렸지만, 메이나드 교수 역시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후 메이나드 교수는 수학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함께 연구하는 대규모 수학 공동연구 프로젝트인 ‘폴리매스 프로젝트’에서 소수의 간격을 더 줄이기 위해 고민했고 약 1년 만에 소수 간격 차이가 246인 쌍이 무한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메이나드 교수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큰 장애물을 혼자 또는 주변의 몇몇 사람과 극복해야 하는데, 폴리매스 프로젝트에선 큰 장애물을 조금씩 개선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쏟아져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를 세상에 알린 쌍둥이 소수 추측에 여전히 도전하고 있냐는 질문에 “소수의 간격을 246까지 줄인 지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쌍둥이 추측을 연구하고 있다. 쌍둥이 추측 자체를 증명하기 위해선 큰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6년에는 연속한 두 소수의 최대 차이를 찾는 에르되시의 오랜 추측을 풀었다. 헝가리 수학자 에르되시 팔은 수학자들이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문제에 1달러부터 1만 달러 상금을 걸었는데, 이 문제는 가장 큰 상금인 1만 달러가 걸린 문제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란 뜻이다. 메이나드 교수는 “가장 큰 상금이라고 제일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악명 높은 문제를 풀 수 있어 매우 기뻤다”며 “기념품으로 받은 에르되시의 서명이 적힌 큰 수표는 아마 집 서재에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2020년에는 ‘더핀-셰퍼 추측’을 해결했다. 더핀-셰퍼 추측은 실수를 유리수로 근사하는 디오판토스 근사와 관련된 문제이다. 디오판토스 근사는 무리수를 유리수로 근사하게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더핀-셰퍼 추측은 이렇게 무리수에 근사한 유리수가 무한한지 묻는 문제로 메이나드 교수는 이 추측이 참임을 증명했다. 이 연구는 수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인 ‘수학 연보’에 실렸다.

메이나드 교수가 해결한 쌍둥이 소수 추측, 에르되시의 오랜 추측, 더핀-셰퍼 추측은 각각 173년, 25년, 81년 된 문제로 정수론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문제로 유명하다. 메이나드 교수는 “정수론에는 수학자들이 오랫동안 증명에 도전했지만 풀리지 않은 문제가 많다. 이런 문제들은 제게 동기를 부여한다. 쌍둥이 소수 추측과 더핀 셰퍼 추측은 다른 수학자들이 고민한 기술을 개선해 해결했다”고 말했다.

열정적인 수학자로 기억되길

메이나드 교수는 2009년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야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저 진로의 결정을 내릴 때마다 수학과 정수론이 좋아 수학을 공부하게 됐다. 언제 처음 수학에 관심을 가졌냐는 질문에 “딱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고등학교 졸업 무렵 수학의 아름다움을 학문적 과목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소수와 사랑에 빠진 수학자답게 가장 좋아하는 문제로는 소수의 비밀을 밝히는 ‘리만 가설’을 꼽았다. 리만 가설은 100만 달러 상금이 걸린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가설이다. 메이나드 교수는 “소수 안에 숨겨진 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직접 보면 알 수 없다. 분명 그 구조가 있을 테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른다. 소수의 신비함을 보여주는 대표적 문제다”라고 말했다.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는 수학자에게 취미 생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는 커피, 현대 미술과 사진에 관심이 많다. 수학 학회를 위해 다양한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미술관을 방문하고, 동네의 카페에도 들러 커피를 마셔보곤 한다. “이런 활동들은 연구에서 한발 멀어지게 하고 그 도시들과의 연결을 만들어 주는 기분”이라고 덧붇였다.

축구도 좋아하는 그가 응원하는 팀은 아스날FC이다. 아스날FC 선수 중 어떤 선수를 가장 좋아하냐는 질문에 ‘데니스 베르흐캄프’를 꼽았다. “지금은 은퇴한 선수지만 데니스 베르흐캄프를 영입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매우 흥분했다”며 “현재 아스날에서 활동하는 선수로는 부카요 사카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어떤 수학자가 되고 싶냐는 마지막 질문에 “지금 당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은 젊은 수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답해야 한다면 열정적이고 또 열정적인 수학자로 기억되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수학동아DB

○ 제임스 메이나드(James Maynard) 교수는
△1987년 영국 첼름스포드 출생

△2008년 케임브리지대 퀸즈칼리지 수학과 졸업

△2009년 케임브리지대 퀸즈칼리지 수학 석사 졸업

△2013년 옥스퍼드대 발리올칼리지 수학 박사 졸업

△2013년 쌍둥이 소수 추측 부분 해결

△2013~2014년 몬트리올대 박사 후 연구원

△2014년 사스트라 라마누잔 상 수상

△2014년 에르되시의 오랜 추측 해결

△2015년 화이트헤드 상 수상

△2016년 유럽수학회상 수상

△2013~2017년 옥스퍼드대 시험 펠로우

△2015~2018년 클레이 수학연구소 연구 펠로우십

△2017년 버클리 수리과학연구소 연구위원

△2017년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회원

△2018년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

△2019년 듀핀-쉐퍼 추측 해결

△2020년 콜 상 정수론 부문 수상

[헬싱키=김미래 기자 futurekim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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