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우려 속 배당 추진하는 금융지주.. "시험 통과해야 가능"

허지윤 기자 2022. 7. 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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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오는 8월 중간 배당을 실시하는 등 배당 성향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심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주사들의 이번 정책은 금융당국이 배당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반대 행보다. 경기가 당분간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점도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확대 정책에 부담 요인이다.

지주사들이 배당을 확대하려면 일단 자본건전성 시험(스트레스 테스트)을 통과해야 한다. 배당은 엄연히 기업의 자율 영역이지만, 최근까지 금융당국이 대내외 시장 환경과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근거로 금융사들의 배당 정책을 압박해왔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이 ‘눈치보기’ 식으로 배당을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왼쪽부터)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전경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사들은 중간 배당에 나서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름 보너스’라고 불리는 중간 배당은 기업이 회계연도 중간에 주주에게 나눠주는 이익을 의미한다.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고 실적이 좋으면 중간 배당을 실시한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가운데 KB, 하나, 우리 등 3곳이 각각 6월 30일을 현금·현물배당을 위한 기준일(주주명부폐쇄)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명부 폐쇄 공시는 통상 시장에서 배당을 위한 사전 절차로 여겨진다. 12월 결산법인의 중간 배당 기준일은 6월 30일이다. 배당받으려면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 이틀 전까지 해당 주식을 매수해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의 중간 배당은 전년 대비 100원 늘어난 800원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연간 예상 배당 성향은 전년 대비 1.3%P 개선된 26.9%가 된다. 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 비율을 뜻한다.

우리금융지주의 중간 배당은 작년 대비 50원 늘어 200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2조5879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우리금융은 연간 배당금은 주당 900원(중간배당 150원 포함)으로, 배당 성향은 25.3%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올해 들어 세 차례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분기 배당을 정례화한 KB금융지주는 오는 8월 15일 이내 분기 배당을 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지난 4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매분기 주당 500원을 배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KB금융지주 당기 순이익은 4조4096억원으로, 배당 성향은 26%였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보다 약 66% 늘어난 2940원(기말 2190원)이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금융권 최초로 분기 배당을 실시했다. 신한지주도 올해 배당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결정한 주당 400원의 배당금을 3분기까지 유지하고, 결산 배당 때 당기순이익 등을 고려해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중간 배당과 배당 성향 확대를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금융당국이 대내외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손실에 대응할 자본력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를 뛰어넘어야 한다.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에 따른 자본관리 권고안’을 시행해 은행과 금융지주에 배당 성향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제한했다. 2020년 연말 금융지주사들이 실적을 성장했지만,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국내 금융지주사는 신한금융이 유일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5대 금융지주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달 말 5대 금융지주를 비롯한 19개 금융사에 스트레스 테스트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통상 스트레스 테스트는 약 2~3주간 진행된다.

시장에서는 중간·분기 배당 시행과 함께 배당 성향 확대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과 배당 정책 확대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앞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순이익의 20% 이내로 배당을 제한할 것을 권고한 조치가 작년 6월 말로 종료한 데다, 금리 인상에 힘입어 금융지주의 실적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배당 확대가 이어질 것이란 논리다. 그에 반해 조만간 결과가 나오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경기 둔화 우려가 금융지주사들의 배당 정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20년 말 이뤄진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신한금융을 제외한 모든 금융지주가 탈락하면서, 금융당국의 테스트에 통과한 신한금융만 지난해 배당 성향을 22.7%로 결정했고, KB·하나·우리금융은 전년 대비 2.3~7%포인트(P) 감소한 20%로 축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에 제한이 걸리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고 신규 주주 유입 위축, 주가 하락과 부진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개를 든 경기 악화 우려도 배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코로나19에 이어 미래 경기전망 관련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으로 잡히는 대손충당금 규모가 커지면 순이익은 그만큼 줄고, 결국 주주에 대한 배당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시장 개입과 높은 규제 수위, ▲해외 은행 대비 낮은 배당 성향을 포함한 주주환원율 등을 국내 은행(금융)주 저평가 요소로 꼽는다. 해외 투자자로서는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환경이라는 평가다. 최근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고 주주환원율 확대 계획을 대외적으로 피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편, 지난 2017년 이후 5대 금융지주사의 배당 성향은 20% 중후반대를 유지했다. 앞서 금융지주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조치가 끝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배당 성향을 높인다는 계획하에 중장기 배당 성향 목표로 30%대로 제시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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