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도 팍팍한데..세계는 인플레 몸살중 "OECD 평균 9.6%↑"

황시영 기자 2022. 7. 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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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식품 가격 증가세 계속..한국, 다른 나라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미드의 한 매장에 치킨 가격이 표시돼있다. 미국은 40년래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겪고 있다. 최근 나온 6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CCI)는 98.7을 기록,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짙어졌다. (C) AFP=뉴스1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몸살을 앓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중국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공급망 혼란, 작년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곡물 수확량 감소 등 원인은 복합적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를 찍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아직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영국·독일 등 7~8%대 물가상승률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 5월 OECD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을 보면 이미 6%대를 넘어선 곳이 대부분이다. OECD 회원국 평균도 9.6%에 달했다.

선진국 중에서는 미국(8.6%), 영국(7.9%), 독일(7.9%), 캐나다(7.7%), 이탈리아(6.8%) 등이 고물가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프랑스의 물가 상승률은 5.2%로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낮다. 일본은 2.5%로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주요국별로 편차가 상대적으로 컸다.

미국(6.0%)과 캐나다(5.4%), 영국(5.2%)은 한국(4.4%)보다 확연하게 높았고 독일(3.8%)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 밖에 프랑스(2.8%), 이탈리아(2.5%), 일본(0.8%)은 한국보다 낮은 근원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OECD 평균은 6.4%였다. 다만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매월 상승 폭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만큼 조만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파크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가 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C) AFP=뉴스1
유럽 "러시아 가스 문제까지…가을 이후 인플레 더 심각 예상"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특히 유럽 지역의 인플레이션은 러시아산 가스 공급 감소 문제로 더 심각하다.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한때 55%에 달했을 정도로 그동안 값싼 러시아산 가스의 혜택을 많이 누렸지만 역으로 이번 사태에서 러시아 의존 구조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벌써부터 정치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날이 추워지는 가을철부터는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8.6% 뛴 것으로 집계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중기 물가 관리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 통계청(ONS)은 지난 5월의 물가상승률이 9.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1982년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영란은행은 식료품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해 오는 10월에는 물가상승률이 11%를 넘어 다른 주요7개국(G7) 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8.6% 급등하면서 41년 만에 최대 폭의 상승을 기록한 미국은 극심한 항만 정체, 트럭 운전자 부족, 물품 품절 급증으로 공급망 압박이 심각하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했다.

일본-중국 "물가상승률 2.1%로 상대적으로 낮아"
심지어 일본도 수십년간 지속된 '물가 정체 추세'를 거스르며 평소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을 견디는 중이다.

세계 2위 자원 수입국인 일본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경상수지 적자를 악화시켜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떨어진 엔화 가치로 인해 원자재값 급등의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해 일본의 수입 물가는 사상 최대폭인 40% 이상 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4~5월 물가상승률은 2.1%로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넘었다. 임금이 좀체로 오르지 않는 일본에서 물가가 오르자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들었다.

중국은 완만한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1%에 그쳤다. 에너지와 식품 물가를 제외한 근원 CPI는 4월과 변동없이 0.9% 상승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물가상승률이 비교적 낮은 이유에 대해 △중국이 코로나19 팬더믹 초기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한 돈풀기를 자제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구성 요소가 미국과 차이가 있으며 △미국과 달리 수입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시기에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푼다)'식 정책을 펴지 않았다. 미 연준이 2020년 금리를 제로(0)까지 낮춘데 반해 중국은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심각했던 2020년 2월과 4월 대출우대금리(LPR)를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낮춰 3%대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중국 CPI를 구성하는 바스켓(basket·바구니)의 상품과 서비스 품목이 크게 차이 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2021년 바뀐 CPI 바스켓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식품과 의류 등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에너지 가격과 주거비, 교통비 등을 주요하게 본다.

한편 4일(현지시간) WSJ은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2분기 들어 꺾이자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수 있다는 희망론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미국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달 초 한때 1분기 말 대비 60% 넘게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분기 말에는 1분기 말 대비 3.9% 하락했다.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1분기 말 배럴당 95.08달러에서 지난달 초 12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 30일 종가는 105.76달러로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치솟았던 밀과 옥수수, 대두 등 곡물 가격은 1분기 말보다 2분기 말에 내려왔고, 면화 가격은 5월 초 최고가 대비 30%가량 가격이 내려갔다. 2분기 말 구리와 목재 가격은 각각 1분기 말 대비 22%, 3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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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영 기자 appl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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