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일 오르던 휘발유값 내렸지만..유가 흐름은 당분간 '박스권'

김성은 기자 2022. 7. 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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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박지혜 기자 = 3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판매중인 주유소에 차량들이 주유를 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2.7.3/뉴스1


지난 1일 유류세 인하폭을 확대한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도 5일째 약세 흐름이다. 유류세가 최대폭으로 인하된 정유제품을 판매하는 주유소가 늘어날수록 가격 하락세가 더 이어질 수 있는데 현재 배럴당 100~110달러 박스권에 갇힌 유가 흐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류세 인하 후 5일째 휘발유 가격 약세···리터당 26.7원↓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전일 대비 2.34원 내린 리터당 2118.24원을 기록중이다. 휘발유가는 지난 5월 7일 리터당 1931.7원에서 1933.33원으로 1.6원 뛴 이후 지난 6월30일 2144.9원까지 55일 연속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폭이 법정 최대한도인 37%로 높아진 7월1일에서야 휘발유 가격은 전일 대비 리터당 16.1원 내린 2128.8원을 기록하면서 56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후 이날까지 5일째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가 지난 1일, 역대 최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취하는 만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게 세금 인하분을 즉각 반영해 공급하고 직영주유소도 즉시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었다. 통상 정유공장에서 주유소까지 정유제품이 이동하는데 10일~2주 가량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1일부터 즉시 가격 인하한다는 것은 이미 유류세를 납부하고 들여온 재고분에 대해서조차 유류세 감면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의 가격을 적용한단 뜻이었다. 일정부분 손실을 감내한단 의미다.

단, 전국 직영주유소가 20% 수준이라 전국 평균가격 인하폭은 세금 인하폭(리터당 57원)보다 낮게 나타났다. 80%에 달하는 자영주유소는 기존 재고분을 소진할 때까지 유류세 인하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영주유소 업자들에게까지 손실을 감내토록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는게 업계 판단이었다.

시일이 지나 유류세가 인하된 정유제품을 파는 자영주유소가 늘어날수록 전국 휘발유가 평균가격은 더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정유제품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국제유가가 최근 박스권 답보 상태를 보이는 것도 희망적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지난 6월 8일 배럴당 122.11달러로 연중 최고가를 찍은 뒤 13일까지 120달러대를 유지하다 이후 약세로 돌아서 현재 110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 정유제품 가격이 국제유가에 통상 2~3주 후행한단 점에 비춰보면 시기적으로도 이달 초부터는 약세를 기대할 수 있는 시점이었다.

다만 국제유가가 110달러대에서 더 내리지 않고 박스권에 갇힌채 대외변수에 따라 여전히 향방을 모색중인 점은 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부분이다. 재차 상승세를 보인다면 유류세 인하 효과는 또다시 상쇄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준 주도의 '경기 침체를 각오한 공격적인 긴축' 공포에도 WTI를 비롯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부근에서 박스권 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 휘발유 수요 둔화 가능성이 단기 유가 하방 압력으로 대두된 반면 '점진적 공급 정상화' 정책을 고수한 제 30차 OPEC+ 회의 결과가 유가 하방경직성을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2000원대' 휘발유가에 소비자 체감도↓··· 국제유가 또 오르면 유류세 인하 상쇄 우려도

전국 휘발유 평균가가 5일째 내렸다곤 하지만 이 기간 하락폭은 리터당 26.7원이다. 여전히 리터당 2000원대를 웃돌고 있어 소비자가 체감하기엔 부족한 수준이다.

휘발유·경유값 급등에 정치권 일부에서는 조단위 영업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정유사에 횡재세를 물려야 한단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형평성에 어긋날뿐만 아니라 포퓰리즘적 발상이란 지적들이 나온다.

우선 국내 정유사들의 매출 구조에서 수출 비중이 50%를 넘어 이익 대부분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업계 및 정유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사의 매출액은 106조562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가운데 내수 비중이 46%(49조3994억원), 수출 비중이 54%(57조1626억원)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만 381억5200만달러에 달해 반도체, 석유화학, 일반기계, 자동차부품에 이은 국내 수출 5위 품목에 해당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수 매출 가운데서도 주유소향 물량 비중은 적은 편이고 대부분 항공사, 농협, 한국전력 등 대형 거래선 물량"이라며 "같은 휘발유를 판매한다고 해도 국내 주유소향은 이미 마진이 지극히 낮고 수출향은 현재 동남아, 호주, 일본 등에서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주문이 몰리기 때문에 내수 대비 마진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정유사가 올해 1분기 약 44조803억원의 매출액, 약 4조7668억원의 영업이익(이익률 10.8%)을 거뒀으나 두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해외 수출이 호조를 띄었기 때문이란 뜻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휘발유 가격 급등 이전부터 이미 주유소 거래선 안정적 관리 차원에서 마진을 상당히 낮췄었다"며 "이같은 수출 비중, 수입 구조 등을 면밀히 살피지 않고 단순히 많이 벌었으니 고통 분담하라는 이야기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도 마진을 줄이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주유소 업계 관계자는 "판매가에서 원가를 제하면 주유소 마진은 리터당 이미 100원이 안된다"며 "그 중 카드수수료, 인건비, 대출 이자 등 제외하면 사실상 주유소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이윤은 리터당 10~20원 수준인데 여기서 더 낮추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는 결국 국제 유가 흐름이 향후 휘발유 가격 흐름에 가장 큰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유류세 추가 인하를 위한 법 개정이나 원유 도입시 붙는 3%의 관세를 손봐야 한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예를 들어 현재 리터당 유류세 및 부가가치세 합계는 517.0원인데 이를 한시적으로 전액 면제할 경우 현재 2000원대 휘발유 가격은 단번에 1000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

반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류세의 근간이 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우리나라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유류세를 큰 폭 인하한다고 해도 유가가 또 오른다면 그 효과가 상쇄될 것이기에 정부가 이 방안을 선뜻 선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통세는 16조5984억원 어치 걷혀 총 징수액(360조1097억원)의 4.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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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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