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논란.."지난 정부와 비교하라"는 대통령

조태흠 2022. 7. 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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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여러 의혹 속에 두 번 연속 낙마했습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음주운전 전력에도 그대로 임명됐습니다.

이미 인사 문제가 논란인 가운데 지명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서울대 로스쿨 교수 당시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실이 지명 당일에 알려졌습니다.

'검증 부실'·'인사 실패'라는 지적이 뒤따랐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일축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오늘(5일) 출근길, 관련한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른 정권 때 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제(4일)도 "(임명직 공무원은) 전문성과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우리 정부에서는 그런 점에서는 빈틈없이 사람을 발탁했다고 자부한다. 전 정부에 비교할 바는 아니"라며 "도덕성 면에서도 전 정부에서 밀어붙인 인사들을 보면 비교가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 "지난 정부와 비교하면…"

윤 대통령의 4, 5일 발언은, 의견을 들어본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의 이야기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종합해보면 크게 두 가지 얘기입니다.

하나는 언론과 야당의 검증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후보자의 업무 전문성, 능력과 자질을 검증하기보다는, 과거 행적을 '탈탈 털어서' 문제를 부풀린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난 정부와 비교하면'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을 강행했던 인사들과 비교하면 능력은 뛰어난 반면 의혹은 크게 심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야당과 언론이 과거에 비해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과거의 사소한 실수를 꼬투리 잡아 후보자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만든다'는 불만은 따로 봐야 합니다. 어느 정권이든 매번 나오는 불만이고, 때에 따라서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 불만이기도 합니다.


'지난 정부와 비교하면'이라는 말은 좀 더 들여다봐야 합니다. 윤 대통령이나 참모들이 '비교하라'는 문재인 정부 장관이 누구를 지칭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도 참모들도, 특정 인사를 찍어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를 '운동권 정권'이라고 여러 차례 비판했습니다. 또 지난 1월 토론회에서는 "행정부가 집권 세력들이 자행하는 부당한 정치적 외압에 휘둘리지 않게 하겠다"면서 "전문성과 실력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행정부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전 정부와 비교하라'는 말은 이른바 '운동권 출신'으로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다 정치에 입문한 뒤 장관직을 맡았던 일부 인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지명한 후보자는 이들과 비교하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은 '도덕성 면에서도 비교될 수 없다'고 했는데, 지난 정부 일부 장관급 인사는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의 20여 년 전 음주운전은 선고유예로 마무리됐고,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8년 전 술자리 성희롱성 발언은 별도 처분 없이 일단락됐으니, 전 정부 인사와 비교하면 경미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 국민 눈높이에서도 '비교될 수' 있을까?

결국, '윤석열 정부의 내각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실력과 전문성을 갖췄고, 도덕성도 법적으로 문제 될 만한 건 없다'고, 대통령실 입장을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점이 국민에게 와 닿는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가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4일 송옥렬 공정위원장 후보자에 대해 "사시(사법고시), 행시(행정고시), 외시(외무고시) 다 합격한 인재"라며 "자유시장경제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부가 자유시장경제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역할 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른바 '3대 고시'를 모두 합격한 게 공정위원장으로서의 전문성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선뜻 와닿지는 않습니다. '자유시장경제를 보장하는 데 적합한 인사'라는 설명에도, '왜'가 빠져있습니다.

실력과 전문성을 강조하지만, 어떤 실력이나 전문성이 있는지, 대통령은 해당 부처·기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해당 인사를 지명했는지, 현장 취재기자들조차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없습니다.

도덕성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적으로 문제 되는 사안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국민 눈높이가 중요합니다. 부처를 통솔하는 장관의 '령'이 서고 지시의 동력이 확보되려면 국민 지지가 필요한데,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검정하는 과정은 이 지지와 정당성을 얻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음주운전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는 지금보다 약했다고 해서, 현재 임명되는 사회부총리의 음주운전 전력을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그때는 그럴 수도 있지'는 국민이 사과를 수용하고 납득할 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술자리 만취상태에서 했다는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성희롱성 발언도 마찬가지입니다.

■ "청문회에서 부적합 드러나면 판단 존중"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 1월 한국행정학회·한국정책학회 주최 토론회에서 "행정부는 3권 분립 정신에 입각해 운영하겠다"면서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부적합한 인사임이 드러나는 경우, 국회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5일 박 부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받느라 고생 많이 했다"고 한 말은, '최대한 존중하겠다'던 야당의 검증·판단을 '정치적 공격'으로만 여겼던 건 아닌지 의심하게 합니다.

'전 정부와 비교하라'는 말도, 지난 정부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사람이 더 많았으니 정권이 교체된 건데, 지난 정부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식의 말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5일 "인사와 관련해 여러 잡음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에 대한 지적, 비판, 이런 것들은 다 잘 듣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 역시 귀 기울여서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야당 공격받느라 고생 많았다'는 말은 "지명 40일 만에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있었을 테니 위로하는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조태흠 기자 (jote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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