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 롬니 "그의 복귀는 부정과 기만을 불치병으로 만들 것"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가 부정과 기만, 불신이라는 질병에 영양을 공급해 이를 불치병으로 만들 것입니다."
트럼프의 저격수 미국 공화당 소속 밋 롬니 상원 의원은 4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강도높게 비판했다.
롬니 의원은 "부정의 전형적인 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서 나온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11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나는 압도적으로 이겼다"고 주장한 사례를 꼽았다. 2024년 대선 재출마 의사를 숨기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중 출마를 공식화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와중에 같은 당에서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셈이다.
롬니 의원은 2012년 대선 때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배하긴 했지만,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됐을 정도로 정치적 거물이다.
하지만 그는 2016년 대선 레이스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트럼프 때리기'의 선봉에 섰고 이후 '앙숙', '저격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그는 2016년 대선 레이스에 나선 트럼프 후보를 향해 '사기꾼'이라고 비난하며 '트럼프 때리기'의 선봉에 섰다. 대선 투표 때는 투표지에 자신의 아내 이름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상원의 탄핵 표결을 받을 때 공화당 의원 53명 중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져 미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여당 상원의원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는 또 지난해 1·6 연방의사당 폭동 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 표결이 이뤄졌을 때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는 미국인을 향해서도 인플레이션, 기후변화, 불법 이민, 서부의 식수 불안 등 다양한 위협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진정한 위협을 계속 무시하면 심각한 결과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롬니 의원은 의회에도 쓴소리했다. 그는 의회가 미국의 병폐에 맞서는 기개를 보여주기보다는 종종 맞지 않는 수단을 택한다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좋은 사람만 있으면 악이 번성한다는 격언을 너무 자주 상기시킨다"고 비판했다.
한편 2024년 미국 대선 재도전을 저울질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예비선거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별로 실시되고 있는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력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7일 치러진 펜실베이니아주 상원 후보 경선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은 메흐멧 오즈 후보가 막판 열세를 뒤집고 95% 개표 완료 상황에서 1700여 표의 근소한 차이로 경쟁자 데이비드 매코믹 후보를 앞선 것이 트럼프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오즈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9일 지지를 선언하기 이전엔 매코믹에 6%포인트 차로 뒤진 상태였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후보 역시 지난 2020년 대선을 '선거 사기'라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더글러스 매스트리아노 상원 의원이 선출됐다. 매스트리아노 후보는 프라이머리 시작부터 줄곧 우위를 차지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를 선언한 이후 한층 탄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매스트리아노 후보가 오는 11월 선거에서 주지사에 당선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온 개표기 사용을 아예 금지할 수 있는 데다가, 2024년 대선 결과에 아예 불복할 가능성도 있어 만만치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WP는 분석했다.
롬니 의원은 이에 대해 더힐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2024년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본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경선에서 일부 승리하기도 패배하기도 했지만, 선거 전반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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