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전대 룰'..친명계 "퇴행적" vs 친문계 "존중해야" 충돌
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경선 룰을 놓고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가 정면 충돌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제시한 전대 룰 중 예비경선 여론조사 반영 규정을 백지화하자 안규백 전대위원장이 반발하며 전격사퇴했다. 이에 친명계가 비대위의 결정을 비판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러자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오히려 전대위가 비대위의 의견을 묵살했다고 반박하는 등 오는 6일 전대 룰을 최종 결정하는 당무위원회를 앞두고 당 내홍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안규백 민주당 전준위원장은 5일 오전 페이스북을 "비대위는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다"며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전격 사퇴했다.
전준위는 전날 당 대표 예비경선 선거인단의 30%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반영키로 했지만, 비대위는 기존대로 '중앙위원회 100%' 비중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바꿨다. 최고위원 선거의 '1인 2표' 가운데 1표는 투표자가 속한 권역의 후보에게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전준위원인 친명계 김병욱 의원도 페이스북에 비대위 결정을 비판하며 "지난 선거에서 우리가 패배한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민심을 반영하지 못한 정부의 실정과 당의 일방통행이다. 지도부 선출과정에 민심이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여론조사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다"며 "비대위는 이를 외면했다. 기존의 상층 중심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명계 의원들도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위원급 위원만으로 예비경선을 치르게 되면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의지가 담긴 후보들만을 투표에 부치게 되는 문제를 지속하게 된다"며 "비대위의 결정은 오랜 기간 지적돼 온 당내 기득권 지키기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 선출에 당원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이에 대해 전준위가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보완하려 했으나 비대위가 막아선 것이다. 극소수 중앙위원급 위원들로 전대 본선 진출 기회를 결정하는 것은 과거로의 회귀"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좌장격인 정성호 의원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혁신이 어렵다. 당내 조직화된 기득권 세력들이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나 당의 혁신과 변화를 막기 위해 비대위의 결정을 막기 위해 이런 것을 이끌어낸 게 아닌가 싶다"며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수용해 변화되고 진전된 결정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대 룰은 전준위가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재명을 위한 전대 룰'이라고 비판받았다. 대의원 투표결과 반영비율을 줄이고 일반국민 여론조사 투표결과 반영비율을 높이는 등 이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조정됐기 때문이다. 친명계가 요구했던 단일지도체제도 유지됐다. 이랬던 전대 룰이 비대위를 거치며 일부 변경되자 친명계는 친문계가 움직인 것 아니냐 의심하고 있다. 친명계에 당권을 뺏길 상황에 놓이자 비대위를 압박해 유리한 방향으로 전대 룰을 변경시켰다는 취지다.
정성호 의원은 "실체는 모르지만 당의 변화를 막고 저항하기 위해 조직화된 기득권 세력이 비대위의 결정을 뒤집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이와 관련 한 초선 의원은 "전대에 참여하는 권리당원 중에는 아직까지 친문이 대다수"라며 "당원 중심으로 간다면 친문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전대의 경우 최고위원은 예비경선 통과가 가장 어려운데 바뀐 룰 대로라면 계파에 속하지 않은 의원들은 컷오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그러나 이날 오전 광주 전남대 간담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전준위가 비대위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결정한 면도 있다"며 "일요일(3일)에 비공개 비대위 간담회를 했다.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때 이견이 노출됐다. 기관 사이 견해 차이를 말할 수 있는 것이고 비대위가 전준위를 무시했다고 말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우 위원장은 예비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를 반영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선 "후보자가 10명이 넘는 다수인 경우 일반 국민이 판단할 수 있겠느냐. 여론조사로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비대위가 최종 결정을 내렸을 때 안 위원장이 참석하지 못해 서운함이 있을 수 있다. 전준위가 원하는대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문제를 언제까지 끌 수는 없기 때문에 결정하게 됐다"며 "최종 결정은 내일(6일) 당무위원회에서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응하겠다"고 말했다.
친문계 신동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전대 룰 관련 비대위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새로운 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임을 염두에 둔다면 혼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현행 룰대로 전대를 치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비대위의 결정을 번복한다면 이는 비대위를 탄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선 패배 이후 비대위를 꾸렸고 지선 패배 이후 또 새로운 비대위를 꾸렸다. 만일 또 전대를 앞두고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면 이제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혼란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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