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고 버틸수록 손해"..동네 빵집, 매달 210곳 사라진다

이상현 2022. 7. 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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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가게 내놓은 지는 좀 됐는데 오늘 나갔습니다."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의 한 주거밀집지역 상권. 이곳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60대 자영업자 A씨는 "이번 주까지만 장사할 계획"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코로나19 확산 후 경제적 손실이 누적된 데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점포를 정리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임대료에 직원들 월급까지 주려니 대출이란 대출은 다 받았다"며 "영업을 계속할수록 빚만 더 쌓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음 주부터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무런 의욕이 없다"고 덧붙였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전국에서 폐점한 제과·제빵 매장 수는 1263건(지방자치단체 인허가 기준)으로 집계됐다. 매달 전국에서 210여곳이 폐점했다는 의미다. 상반기 중 서울시 내에서 신고된 폐업 건수만 해도 378건(29.9%)에 이른다.

골목상권에서 제과제빵 점포 폐업이 잇따르는 건 코로나19 확산 후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국제물류 대란 등이 이어지면서 밀가루와 식용유, 계란 등의 가격은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폐점을 결정한 A씨의 점포 인근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40대 점주 B씨는 "경쟁할 곳이 없어져서 좋은 게 아니라 (A씨의 폐점이) 남 일 같지 않아 무섭다"며 "재료비는 줄일 수 없어서 직원 수를 최대한 줄였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밀가루 가격은 전년보다 36.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용유의 가격은 1년 전보다 40.3% 급등했고, 제빵에 필요한 소금 가격도 29.3% 올랐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밀가루의 경우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산 중 99% 이상이 미국·호주·캐나다산이지만, 세계적인 생산국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제 시장에 공급량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대체재인 미국산 밀가루 등 역시 가격이 널뛰고 있다.

식용유 가격도 급등세다. 제빵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식용유 1.8ℓ 1통의 가격은 지난해 3000원대 후반~4000원대 초반이었으나, 최근 7000원대 중후반까지 올랐다. 사료용 곡물 가격이 뛰면서 달걀 등의 가격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빵집 점주 B씨는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이 말도 안 되게 올랐다"며 "아껴 쓴다고 될 수준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맛있게 만들고 많이 팔아서 해결하면 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요즘 누가 그렇게 동네 빵집을 찾아오느냐"라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소식까지 전해져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460원 인상된 9620원으로 책정됐다. 내년도 인상 폭이 다소 작다고는 해도 최근 5년간 인상 폭은 50%에 육박한다.

제과·제빵업 종사자들은 경영난이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제과점을 운영 중인 50대 점주 C씨는 "길목에 자리 잡은 덕분에 다행히 지난달부터 매출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한창 힘들 때 폐업 고민은 했었다. 그런데 가게를 접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겠다 싶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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