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이 위험하다.. "결함 884개인데, 무의미한 덧칠만 20번째"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AFP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의 ‘랜드마크’ 에펠탑이 심한 부식에 시달리고 있지만 당국이 적절한 방법의 보수를 미루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이터와 가디언 등 여러 외신은 에펠탑이 빠르게 녹슬고 있으며 전반적인 보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기밀 보고서가 최근 프랑스 언론 ‘마리안느’에 의해 유출됐다고 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현지 부식 방지 전문 업체 ‘엑스피리스’가 2014년과 2016년에 작성한 것이다.

여기에는 에펠탑 표면의 전체 페인트층 가운데 단 10% 만이 견고함을 유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대부분이 벗겨져 6300여톤의 철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에펠탑에서 884개의 결함이 발견됐고 그중 68개는 구조적 결함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엑스피리스 대표는 마리안느와의 인터뷰에서 “난 에펠탑과 관련된 작업을 수년째 하고 있다. 2014년에 이미 부식 해결이 극도로 심각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에펠탑을 찾은 관광객들. /로이터 연합뉴스

마리안느는 전문가들이 에펠탑의 기존 페인트층을 완전 제거한 뒤 부식을 보수하고 다시 도색하는 수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지만, 에펠탑 운영사를 소유한 파리 시의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이 고수하는 페인트 덧칠은 돈과 시간을 낭비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관련 운영 공사와 당국이 관광 수익 감소를 우려해 에펠탑 폐쇄와 보수를 꺼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현재 파리에서는 2024년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6000만유로(약 814억원)를 들여 에펠탑의 겉면을 덧칠하는 페인트 작업만이 진행되고 있다. 에펠탑이 설계된 후 20번째다. 또 에펠탑 공식 사이트에도 ‘공기와 습기에 노출되지 않는 한 부식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페인트 덧칠만으로 충분하다’는 내용이 소개돼 있다.

에펠탑은 1889년 건축가 귀스타브 에펠의 설계로 만들어졌다. 324m 높이에 무게는 무려 7300톤이다. 파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곳은 매년 약 600만명의 방문객이 몰리는 세계 최대 관광지 중 하나로 꼽힌다. 에펠은 에펠탑 완공 당시 “나는 나보다 더 유명한 에펠탑을 질투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