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먹는' 정부위원회 정리한다..629개 중 최소 30% 감축

최대 5년 이내로 존속기한 설정…부실운영시 예산 삭감

정부가 존치 필요성이 줄었거나 운영실적이 저조한 정부위원회를 전수조사하고 최소 30％를 줄일 방침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이 담긴 ‘정부위원회 정비 추진계획’을 5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정부 정책에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조직이지만, 마구잡이로 생기거나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방해되고 회의 비용 등으로 혈세만 낭비되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 530개에서 박근혜 정부 때 558개, 문재인 정부 때 631개까지 증가했다가 현재 629개가 됐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운영효율화와 위원회 정비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실적이 부실하거나 기능이 활발하지 않은 위원회를 통폐합·정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정부는 위원회의 존치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위원회 폐지, 소속 변경, 통합, 재설계 등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장기간 미구성됐거나 운영실적이 저조하고 유사한 위원회가 중복으로 설치된 경우를 중점적으로 정리한다. 민간위원 참여율이 낮거나 순수 자문 및 의견수렴 성격의 위원회도 손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현재 총 629개에 달하는 위원회 중 최소 30％(약 200개) 이상을 정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담긴 20％ 감축 목표보다 확대된 규모다.

행안부는 민관합동진단반을 구성해 부처별 정비안을 직접 점검하고 필요하면 개선안을 권고할 예정이다. 위원회 정비안이 확정되면 이를 반영할 법령 개정안을 신속히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불필요한 위원회가 생기는 것을 막고 위원회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행정기관위원회법을 개정해 원칙적으로 모든 위원회에 최대 5년 이내의 존속기한을 설정하도록 제도화한다. 불필요한 위원회가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아울러 부처별 활동현황과 정비상황을 종합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운영이 부실한 위원회는 예산당국과 협의해 예산을 삭감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그간 불필요한 위원회가 마구잡이로 생겨났으며 본래 설치목적과 다르게 책임회피·위인설관(爲人設官·사람을 위해 자리를 만든다)으로 운영되는 위원회도 상당수 있다"며 "위원회를 근본적으로 정비해 앞으로 정부조직을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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