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임신중단 원하는 미국 여성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을까?

김유진 기자 2022. 7. 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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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임신중단은 헌법상의 권리가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임신중단을 금지·제한하는 주에 사는 여성들 일부가 ‘원정 임신중단’에 내몰리게 됐다. 미국과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가 그 원정 목적지 중 하나로 꼽힌다.

캐나다 정부나 시민사회도 미국 여성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겠다고 밝혀왔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 대해 “끔찍하다”고 논평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인들이 캐나다의 임신중단 관련 의료 서비스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30여 년 전 ‘낙태죄’를 폐지한 캐나다는 정치권이나 시민들 사이에서 여성의 선택 존중이라는 관점에서 임신중단권 보장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각 주별 임신중단 허용 현황 그래픽 출처: 구트마허연구소

캐나다와 국경을 접한 미국 주는 모두 13개다. 이 중에는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주 헌법에 임신중단권을 명시한 뉴욕주도 있지만, 임신중단이 제한됐거나 제한될 예정인 주들도 있다. 위스콘신은 낙태가 금지됐고 아이다호, 노스다코타, 오하이오 등 4개 주는 제한 조치가 시행 중이거나 곧 마련될 예정이다. 미시간, 몬태나도 임신중단 권리가 제약받을 위험이 있다.

WP에 따르면 미국 국경 인근의 캐나다 임신중단 진료소들도 미국인이 더 많이 찾아올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임신중단 진료를 하는 온타리오주 남동부 도시 키체너의 진료소 소장인 T.K. 프릿차드는 미 대법원 결정 이후 미시간주 주민 몇 명으로부터 수술 관련 문의를 받았다고 WP에 전했다. 일각에선 미국 일부 주에서 여성들이 다른 주나 국가에서 임신중단 수술을 받거나 사후피임약을 배송받는 일까지 문제 삼아 관련자들을 처벌할 경우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던 행위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4일(현지시간) 임신중단 권리 옹호 활동가가 자유의 여신상 복장을 한 채로 집회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1988년 캐나다 낙태 합법화 전까지) 미국 진료소들은 캐나다 여성들을 환대했다. 이제는 우리가 도울 차례“
- 조이스 아서 캐나다 낙태권리연합 사무국장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4일 실제로 캐나다에서 미국 여성들이 임신중단 치료를 받기까지는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고 보도했다. 우선 600달러를 훌쩍 넘는 수술 비용에다 국경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부담이 추가된다. 또 임신중단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진료소가 주로 대도시에 몰려있어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캐나다는 1988년 대법원의 ‘R 대 모겐테일러’ 판례를 통해 낙태를 비범죄화했다. 당시 대법원은 “형사 처벌을 통해 (임신과 출산을) 여성에 강요하는 것은 여성의 신체에 대한 중대한 간섭이자 개인의 안전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요지로 판결했다. 미국이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례로 임신중단권을 보장한 것보다는 15년 늦은 판결이었다. 이 때문에 캐나다 대법원의 판결 전까지는 미국으로 넘어가 임신중단 수술을 받는 캐나다 여성들도 상당수에 있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4년 한 해에만 3480명의 캐나다 여성이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임신중단 수술을 받았다.

캐나다 임신중단권리연합 조이스 아서 사무국장은 “(미국의) 진료소들은 (캐나다) 여성들을 매우 환대했고 이제는 처지가 바뀐 상태”라면서 “우리는 캐나다에 오는 미국인들을 돕고 과거의 일을 갚고 싶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미국 여성들을 돕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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