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법 23년만 손본다.."폐지 후 제정, 규제 완화·대응성 강화"

옥성구 2022. 7. 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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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개편 논의
99년 전면 개정된 후에 개편 작업 전무
기재부 차관 "과거 입법정신 못 벗어나"
"외환거래제도 재설계…거래 체계 개선
"사전신고제 대폭 완화 등 걸림돌 정비"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달러화. 2022.06.16. jhope@newsis.com

[세종=뉴시스]옥성구 기자 = 외환거래가 늘고 변동성이 확대되며 각국의 경제 안보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 흐름에 맞춰 약 20년 전에 머물러 있는 외국환거래법령(외환법)을 개편, 자율성과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부는 외환거래 사전규제 완화와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대응성 확대 등을 강조하며 단순한 개편보다는 폐지 후 새로운 외환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5일 서울 수출입은행에서 '신(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지난해 9월부터 '외환제도 개선 민관합동TF'를 통해 검토해 왔던 외국환거래법 전면개편 필요성과 개편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외환법은 우리나라의 모든 대외거래 및 외환거래를 총괄하는 법이다. 우리나라가 체결한 조약 및 국제 법규 이행을 위해 불가피하거나 국제 평화 및 안전 유지를 위해 기여가 필요한 경우 외국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외환법은 1999년 허가제인 외국환관리법이 폐지되고 '외화유출 억제' 목적 하에 신고제 중심으로 전면 개정된 이후 현재까지 개편 작업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시대 흐름에 맞춰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개회사에서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로 순채권국이 된 후에도 외환규제 근본 틀은 '외화유출 억제'라는 과거의 입법정신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새로운 철학에 기초한 외환거래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거래 사전신고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 외환거래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겠다"라며 "기존의 외환법을 폐지하고, 신 외환법 제정으로 거래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난 20년간 유지했던 외환 체계에서 벗어나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외환거래법령을 새로이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첫 번째 세미나에서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거시경제 및 금융환경 변화의 흐름상 외환법의 개정은 시대적 요구"라며 외환법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외환법 제정 당시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외환거래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외환부족국에서 순채권국으로 전환되며 외화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축소됐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법적 당위성, 합리적 규제 준수, 국제적 정합성, 시장참여자 편의성 등의 관점에서 외환법을 정비해 금융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외금융자산 축적을 통한 국민가처분소득 창출 필요가 커지며 외국환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법 관리체계의 한계도 증가하고 있다"며 "새로운 규율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2022.06.24. kch0523@newsis.com

두 번째 세미나에서 김성욱 기재부 국제금융국장은 외환거래의 어려움을 겪은 사례를 소개하며 신 외환법 제정을 통해 외환거래 사전규제 완화와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대응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례 중 해외취업에 성공한 A씨는 출국 전 은행에 월세 보증금 등 정착비용으로 7만 달러 해외 송금을 요청했는데, 은행은 5만 달러 이상은 사용 목적 확인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곤란하다는 답변을 했다.

결국 A씨는 1만 달러만 휴대해 출국했고, 6만 달러 송금을 위해 어머니가 대신 대외지급수단매매 신고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매매신고서와 인감증명서, 위임장 등 최소 11개 이상 서류 제출이 필요하고, 기간은 1~2개월 이상 소요된다.

해외직접투자를 진행 중인 B기업은 C은행을 통해 신고 후 송금해 태국 소재 기업 지분 50%를 취득했다. 추가로 4만 달러 상당 기계를 현물 출자했으나 사전신고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고 매년 사후보고서 제출을 하게 됐다.

김 국장은 신 외환법 제정을 통해 "대외건전성과 무관한 일반 외환거래 사전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새로운 거래유형에 대한 대응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원화 관련 금융상품 발굴, 사업기회 확대 등을 위한 외국환업무취급기관의 업무범위 확대를 검토하겠다"면서 "외국인·비거주자에 대한 별도 지급·수령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주자의 해외증권취득 신고대상 및 변경 신고·보고 대상 완화 등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주요 과제 세부 내용으로 '자본거래 및 지급·수령 단계의 사전신고 폐지로 외국환은행 확인 및 외전망 보고만 실시' 등을 소개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신 외환법이 "외국환 정보의 집중과 관리를 일차적 원칙으로, 비상 상황에서의 국가개입권 보장을 이차적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제시된 정책 제언은 향후 TF 논의과제로 활용해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중 '국민제안 공모전'을 통해 외환거래 의견을 청취해 제정 방향에 반영하는 등 개선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다.

【세종=뉴시스】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2019.09.03. ppkj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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