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담배 냄새에 "오함마 들고 내려간다" 협박..전문가 "'층간냄새'는 법적 제재 어려워"

김수연 2022. 7. 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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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내 흡연 문제로 주먹다짐·경찰 출동까지
"악취" VS "생활 냄새" 시각차에 조정 어려움
이웃분쟁조정센터 "냄새 기준 명확치 않아"
전문가 "주민 간 이해와 배려 분위기 조성돼야"
경기 양주의 한 빌라에서 흡연을 둘러싼 이웃 간 다툼으로 한 입주민이 주차장 공터에 있던 평상에 지난달 27일 오물을 투척한 모습. 입주민 제공
 
“처음에는 흡연 문제 탓에 주민 간 갈등이 시작됐거든요. 사소한 문제라 여겼는데 점점 음식물 쓰레기통 위치, 주차장에 놓인 평상, 층간 소음 문제 등으로 이어지면서 서로 밀치며 싸우다 경찰까지 출동한 거예요. 이야기로 잘 풀었으면 했는데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죠.”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의 해묵은 갈등이었던 ‘층간 소음’과 더불어 최근 ‘층간 냄새’도 주택가의 새로운 분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여파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동시에 여름철 더운 날씨에 냄새가 빨리 퍼지고, 환기를 자주 하는 세대도 늘면서 관련 분쟁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도 양주의 한 빌라에서 입주민 사이 협박과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지난달에만 3차례 접수돼 그때마다 경찰이 출동했다.

이 빌라의 동대표 A씨에 따르면 층간 흡연이 애초 원인이 돼 주민 간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입주민 B씨가 집 아래에 있는 흡연 장소를 문제 삼은 것이 발단인데, 이를 폐쇄한 뒤에도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B씨가 지속해서 보내는 폭언 문자와 욕설에 불안감을 호소해온 A씨는 최근 정보통신망법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를 마친 상태다. B씨가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담배 냄새 올라오면 미친 척하고 오함마(망치)들고 내려가면 된다더라’ 등의 내용이 담겼고 한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층간 냄새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환풍구와 베란다 등에서 올라오는 담배 냄새부터 생선과 청국장 등 음식을 끓이고 구우면서 발생하는 냄새, 모기향이나 섬유 유연제향 등 각종 생활 냄새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실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층간 냄새로 인한 이웃 간 분쟁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층간 담배 냄새 피해 민원은 2844건으로, 2386건을 기록한 전년과 비교했을 때 약 20% 증가했다.

이처럼 집 근처 어디선가 풍겨오는 ‘불편’한 냄새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냄새로 트집을 잡는다’는 반론도 적잖다.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가 내 집에서 담배 피운다는데 왜 소리를 지르느냐’며 ‘공공주택에서 배려라는 게 없느냐’는 내용의 호소문(?)이 올라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된 흡연자의 ‘호소문’.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해 ‘인천 흉기 난동’ 사건 등으로 공론화된 층간 소음 문제와 달리 층간 냄새는 정확한 피해 규모나 처벌 기준에 대한 논의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층간 소음에는 데시벨(㏈) 등 피해를 측정하는 법적 기준이 있지만, 냄새는 주관적 영역으로 받아들여져 피해를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에 ‘공동주택의 입주자·사용자는 발코니, 화장실 등 세대 내에서의 흡연으로 다른 입주자 등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긴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관리실이나 이웃분쟁조정센터 등에서도 ‘층간 냄새’ 민원이 들어와도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 이웃분쟁조정센터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담배 등 층간 냄새 민원이 확실히 늘었다”며 “조정 전문가들에 의해 당사자 간 자율적 합의를 도출하고자 노력하지만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피신청인이 원하지 않으면 조정위원회 자체가 성사되지 않기도 하고, 어렵게 열리더라도 쌍방 합의가 안 되면 ‘불성립’으로 민원이 마무리된다”며 “객관적 기준이 없어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법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게 어려운 만큼 입주민들의 인식 개선 등 자발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김건일 서울YMCA 이웃분쟁조정센터장은 “냄새가 주관적인 문제기도 하고, 명확하게 어디에서 나는지 찾기도 어렵다”며 “단기적 처방보다 중장기적 대안으로 아파트 내 주민 자율 조정가들을 양성하거나 예방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벌여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구청에 신고하면 갈등만 더 커질 수도 있으니 전문적인 조정 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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