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의무'인 재생원료 사용의무제도.. 생산자에게 더 많은 책임 지워야

2022. 7. 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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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페트병 사용 기업들에 재생원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생산자가 부담해야 하는 재활용 비용을 줄여주는 인센티브제도가 같이 도입됐는데, 의무사용 규제가 아닌 부담을 줄여주는 약한 자극으로는 기업들이 재생원료 사용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기 쉽지 않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 제도는 도입되었지만, 무늬만 사용 의무 제도일 뿐 생산자 눈치를 너무 본 소극적인 제도가 아닐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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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박사의 쓰레기 이야기]
지난해 페트병 재생원료 사용의무제도 도입
원료기업이 의무 부담.. "시장가 형성 어려워"
생산자에 책임 요구하는 강한 규제 필요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음료 페트병에 25% 이상 재생원료를 사용하도록 했다. 2030년부터는 이 기준이 모든 플라스틱 음료용기로 확대되고 비율도 30% 이상으로 높아진다. 영국은 올해부터 플라스틱 포장재에 30% 이상 재생원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당 200파운드(약 30만 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올해부터 플라스틱 음료 용기에 재생원료를 15% 이상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비율은 2025년 25%, 2030년 50%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정부 규제가 아니더라도 기업들 스스로 재생원료 사용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공급망에 속한 협력사에 재생원료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재생원료 사용도 향후 기업경쟁력에서 핵심요소가 될 것이다. 특히 플라스틱은 재생원료가 사용되지 않거나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퇴출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활용이 매우 중요하다.


재생원료 가격 높게 유지하려면 생산자나 사용자에게 의무화해야

우리나라도 지난해 법률을 개정해 페트병 내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는데, 제대로 작동될지 우려된다. 페트병을 재활용해 다시 페트병에 사용하려면 페트병 재생원료 품질이 매우 좋아야 한다. 특히 음료 페트병에 사용하려면 위생과 안전 문제가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기준이 높아질수록 비용이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페트병 내 재생원료가 사용되려면 페트병 용도로 사용되는 재생원료 가격이 높아져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재생원료 가격이 석유로 만든 깨끗한 원료 가격보다 높아지는 기현상이 몇 년 전부터 벌어지고 있다. 재생원료가 신재(새 플라스틱 원료)보다 가격이 높은 시장이 작동하려면, 페트병을 생산하는 기업 혹은 사용하는 기업(음료회사)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하는 규제가 필수적이다. 그래야 비싸더라도 재생원료를 구매할 것이고, 재생원료 가격이 충분히 올라야 재활용 업체들이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원료 기업에 의무 부여하는 우리나라... 국제 추세 맞추려면 강한 규제 필요

지난해 개정된 법률은 어떨까? 재생원료 사용의무를 페트병 원료 생산 기업에 부여하고 있다. 페트병 원료를 공급하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직접 페트병을 재활용하거나 재생원료를 외부에서 구매해 신재에 섞어야 한다. 과연 이 업체들이 재생원료를 충분히 비싸게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을까? 재생원료 사용 의무에서 벗어나 있는 페트병 생산업체나 사용 기업들은 원료 가격이 오르더라도 군말 없이 잘 사줄까? 혹시 원료 조달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지 않을까?

페트병 사용 기업들에 재생원료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생산자가 부담해야 하는 재활용 비용을 줄여주는 인센티브제도가 같이 도입됐는데, 의무사용 규제가 아닌 부담을 줄여주는 약한 자극으로는 기업들이 재생원료 사용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하기 쉽지 않다. 재활용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보다 원료 구매 가격이 높아지면 누가 재생원료를 구매하겠는가? 게다가 생산자 재활용 비용을 줄이면 재활용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지원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활용 사업자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재생원료 사용 의무 제도는 도입되었지만, 무늬만 사용 의무 제도일 뿐 생산자 눈치를 너무 본 소극적인 제도가 아닐까 우려된다. 국제 추세에 맞추려면 재생원료 사용비율이 짧은 기간 내에 높아져야 하는데 이런 대응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생산자에게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하는 강한 규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게 장기적으로 생산자들도 살벌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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