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6%대 물가'..깊어지는 한은 '빅스텝' 고심

이재은 기자 2022. 7. 5.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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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에는 물가상승률 7% 도달 가능성
'물가 중심' 통화정책 강조한 한은
7월 사상 첫 빅스텝 나설까

우리나라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6%대로 치솟으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수출 둔화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스텝에 대해 고심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5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물가 고공행진…”7~8월엔 7%대 상승 배제 못해”

5일 통계청은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이 5%를 넘어선 지 한 달 만에 6%대로 올라선 것이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달 물가는 외식·가공식품 가격 오름세가 확대된 가운데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뛰면서 가파르게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 봉쇄 조치, 공급망 차질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문제는 이런 고(高)물가 흐름이 7~8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7~8월에는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이 반영되고 추석 성수품 수요가 몰리기 때문에 물가 상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물가 상방 요인은 많은 반면, 하방 요인은 불확실하다”며 “만약 이런 상승 속도를 유지하면 7~8%대 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오전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 증대, 전기료·도시가스요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모습.

◇ 인플레이션 VS 경기둔화 고민에 빠진 한국은행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기준금리 결정을 약 일주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간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기준금리 결정을 내리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이달 사상 첫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와 같이 물가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결정을 내리는 금통위원들도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은행 JP모건은 금통위원들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들어 한국은행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린 뒤 8월, 10월, 11월까지 기준금리를 0.25%p씩 연속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연 3.00%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로 고점을 높인 가운데 기대인플레이션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 하반기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며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 0.5%p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을 고려해 이달 금리인상폭이 0.25%p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에 근 폭으로 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뛰면서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이 높아지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1일 ‘물가안정목표 상황’ 설명회에서 빅스텝 단행 가능성에 대해 “물가 하나만 보고 결정하긴 어렵고 경제 상황과 환율, 가계 이자부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ING은행은 지난 4일 낸 보고서에서 “환율과 대출금리 상승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비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성급한 금리인상은 소비를 억제해 경제 회복의 동력을 잃게 만들 수 있는 만큼, 한국은행이 7월 0.25%p의 금리 인상만 단행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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