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감각적인 도시 일상을 캔버스로

이한나 2022. 7. 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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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희준 작가
국제갤러리 부산 전시
이희준_A Shape of Taste no.44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그림속 사진은 도통 어딘지 모르겠다. 장소의 기억에 젊은 감성이 색면으로 더해지면서 캔버스 속에서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

이희준 작가(34)의 포토콜라주 작품 'Salt, Palm, and Green'(2022)이다. 야자수를 품은 제주 카페에서의 휴식같은 장면이 그만의 색깔과 거친 질감의 아크릴 물감이 더해져 재탄생했다. 모더니즘 사관학교였던 독일 바우하우스의 포스터를 연상시킨다. 멀리서 매끈했던 화면은 가까이 다가가자 낮은 해상도로 픽셀이 깨진 듯한 흑백사진과 우둘투둘한 물감 칠, 진흙처럼 작게 뭉쳐진 물감 덩어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희준_Handle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그의 개인전 'Heejoon Lee'가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8월 14일까지 열린다. 국내외 스타 작가들을 거느린 국제갤러리에서 가장 젊은 전속작가다. 지난 5월 아트부산 현장에서 회화 7점을 5분 만에 완판해 화제가 됐다. 색면추상 연작 'Shape of Taste'와 새로운 포토콜라주 연작 'Image architect' 등 회화 20점과 미니어처 조각 4점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은 일상 공간의 경험에서 출발한다. 서울 한남동이나 제주도 카페 등 동년배 MZ세대가 문화를 소비하는 공간이 중심이다.

이희준_On Board a Ship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본인이 직접 채집한 사진 이미지에 당시 느꼈던 온도와 습도, 채광, 후각과 촉각 등으로 색과 면을 되살리고 새로운 공간을 평면에 구축한다. 특히 2020년 시작한 이미지 아키텍트 연작에서는 실제 건축과정에서 사용되는 비계(공사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간이 구조물)의 수직과 수평 선이 절묘하게 엮이듯 화면의 균형을 잡아준다. 특정 건축양식도 일부 등장하지만 대체로 우리에게 익숙한 모더니즘 건축 이미지를 발굴해 동시대인 도시인들의 보편적 감성을 자극한다.

작가는 "영국(스코틀랜드 글래스고예술대학) 유학후 발견한 서울 풍경이 무척 낯설었다. 서구에서 시작된 모더니즘 건축이 도시 곳곳에 흔적으로 남은 모습이 새로운 시대 감각이라 생각해 'Shape of Taste' 연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희준_Salt, Palm, and Green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작품이 너무 가볍고 피상적인 것만은 아닐까. 작가는 "회화는 환상(illusion)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아직은 거대 담론보다는 회화의 형식 실험에 집중하는 시기로 본다. 현대 문화를 소비하는 트렌드와 일상 속 감정을 계속 연구하다보면 언젠가 담론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즉 거리에서 발굴하는 현실의 모습을 추상언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면서 작가만의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려 한다는 의지 표명이다.

전시작들에서 어떤 공간의 구석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코너를 보면 그 공간의 마감과 품질이 보일 뿐 아니라 공간의 입체감이 느껴지고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게 해준다"고 전했다.

전시장 한쪽 구석에는 장난감처럼 작은 미니어처 조각이 소심하게 자리하고 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평면에 대한 탐구에서 더 확장하고픈 작가의 욕망을 살짝 드러내는 장치같다. 작가는 "조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 아직은 엄두가 안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개인전을 여는 이희준 작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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