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 치운 컬리 상장 청신호.. '액면가 100원·구주매출 0' 몸값 높이기 전략 주목

이신혜 기자 2022. 7. 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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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의무보유확약서 제출..'경영 안정성' 의지 보인 컬리
액면가 낮추되 주식 수 늘리는 전략으로 몸값 높이기 추진
마켓컬리 냉동차에 배송 제품이 들어차 있는 모습.

지난 3월 예심 청구서를 낸 컬리의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상장 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상장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컬리 FI들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의무보유확약서를 최근 거래소에 제출했다.

앞서 거래소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컬리의 ‘경영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표해왔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5%로 낮고 외국계 FI들이 많아 상장 후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컬리 주요 FI로는 벤처캐피탈 회사인 미국 세콰이어캐피탈, 중국계 힐하우스캐피탈, 러시아계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글로벌 등이 있다. 이들의 지분을 합치면 약 35%로, 김 대표 지분의 6배에 달한다.

거래소 측은 상장 이후 FI들의 대량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방지하기 위해 의무보유 확약서를 컬리 측에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컬리는 FI들이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 지분을 팔지 않을 것과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약정을 넣은 의무보유 확약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컬리의 상장 이후 최대 주주 변동 가능성이 워낙 크다 보니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장치를 마련하라고 한 게 거래소의 요구였다”며 “그 부분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되며 일정 부분 (상장에 대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았으나, 이후 상장 심사가 지연되고 주식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자 장외시장에서의 기업가치가 1조9000억원대로 떨어졌다.

거래소는 올해 처음 적자 기업이어도 성장성이 있으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이 가능하도록 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특례 상장 제도’를 도입했다. 컬리는 먼저 예비 상장심사를 통과한 쏘카에 이어 두번째로 이 특례 상장제도를 통해 상장에 도전한다.

컬리는 2019년 986억원, 2020년 116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에는 2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시장 상황도 호의적이진 않다. 코스피는 전날 2300.34로 마감해 간신히 2300선을 사수했다. 이는 이틀 연속 연저점을 기록한 것으로, 시장 불안정성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컬리 측도 이를 의식해 희망 공모가를 낮게 설정하는 대신 주식 수를 늘려 ‘흥행’을 하는 전략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전략은 ‘액면가 낮추기’다. 액면가는 기업의 주당 발행 가액이다. 액면가를 낮추면 공모가가 싸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쉽게 주식을 사도록 해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

또 액면가를 낮추면 주식 수가 늘어난다. 액면가를 무리해서 높이지 않되 주식 수를 늘려 ‘흥행’을 만들고 장기간 우상향 곡선을 타겠다는 것이다. 앞서 하반기 IPO 대어로 꼽힌 기업 쏘카와 공구우먼도 액면가를 100원으로 설정한 바 있다. 컬리 역시 100원으로 액면가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구주 매출 없이 신주 발행을 통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우는 방안도 거론된다. 구주 매출은 기존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하는 것으로, 구주 매출이 많으면 신규 투자자들이 투자할 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보호예수 기간이 지나고 기존 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 주식 가치가 하락할 수 있어서다. 오버행(잠재물량 부담) 우려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식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 유통기업 포함 모든 기업들의 IPO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라며 “현시점에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건 어렵고 특히나 성장주에 불리했던 상황이다 보니 (상장을 추진하는 플랫폼 기업도)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컬리에 정통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컬리도 상장 시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무리하게 기업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액면가를 낮게 설정하되 신규 투자자 유입을 늘리는 방향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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