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지진때 신뢰 보여준 이재용, 게이단렌 회장단과 연쇄 회동 협력 논의
日 기업과 신뢰 관계 구축..JY네트워크로 '비즈니스 협력' 강화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JY네트워크'가 다시 가동됐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들과 만나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일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十倉雅和) 게이단렌 회장을 만났다고 5일 밝혔다.
게이단렌은 일본 최대 경제단체다. 소속 기업만 1494개에 달하며 제조업·서비스업 등 주요 업종 108개 단체 및 지방 경제단체 47개 등으로 구성됐다. 일본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해 조언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이 부회장과 도쿠라 회장은 이날 만남에서 한-일 기업 간의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도쿠라 회장은 게이단렌 차원을 넘어 스미토모화학 회장으로서도 삼성과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 OLED 스마트폰용 편광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5일 히가시와라 토시아키(東原敏昭) 게이단렌 부회장 겸 히타치그룹 회장도 만났다.
오찬을 함께 하며 양사 간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일본 최대의 전자제품 제조사인 히타치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광범한 일본 네트워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의 노력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민간 외교관으로서의 이 부회장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얼어붙었던 지난 2019년 12월에도 일본에서 게이단렌 임원진을 만나 한일 기업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었다.
당시 일본 재계는 '2019 일본 럭비 월드컵'에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이 부회장을 초청해 여전히 중요한 파트너임을 보여줬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 속에서도 '비즈니스 협력' 관계로 반도체와 관련된 일본산 소재는 삼성전자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 정도로 공급됐다.
이같은 협력의 바탕에는 이 부회장과 일본 재계 사이의 신뢰 관계가 있었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본 일본 기업에 무리한 납기를 요구하지 않도록 일본 법인에 지시하는 등 일본 기업과의 신뢰 구축에 힘을 쏟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일본의 주요 파트너들에게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을 보고 매우 놀랐고 안타깝다"며 "종업원과 가족이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혹시 피해가 있을 경우 빠른 복구와 생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고 위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매년 봄에는 일본의 주요 고객사들을 방문해 신춘(新春) 인사회를 갖기도 하고, 일본의 유력 부품·소재 기업들과도 정기적으로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1993년 고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며 출범한 일본 핵심 전자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체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회원사들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양국 기업 간 신뢰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긴밀한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손 회장과 만나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차세대 통신 및 사물인터넷(Iot) 등에 대해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었다.
또 삼성전자가 NTT도코모, KDDI 등 일본 1, 2위 통신사업자에 5G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게 된 것도 이 부회장의 일본 내 인맥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이다.
이 부회장은 일본을 넘어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중국 시진핑 주석, 인도 모디 총리, 베트남 총리, UAE 왕세제 등 국가 원수급 인사들을 포함해 광범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한국의 핵심자산이다"이라며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대한민국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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